- 현피 -
"푸르댕댕검은콩님?"
"맞아... 요. 님이 술호천사님?"
"그래... 요."
"……"
"……"
"오늘 만나기로 한 이유를 잊지는 않았겠지?"
"잊을리가... 요. 그런데 왜 반말이야?"
"반말? 우리는 이미 말을 튼 사이일텐데?"
"인터넷에서나 그렇지!"
"그냥 터 놓고 얘기하지."
"...좋아."
"왜 우리 어머니를 욕했지?"
"…네가 하도 개소리를, 아니, 뻘소리를 하니까..."
"개소리? 좋아하는 연예인 좀 변호해주는 게 개소리냐?"
"그것도 사실에 근거해야지!"
"사실인지 아닌지 아직 밝혀지지도 않았잖아!"
"사실이야!"
"...이 새끼가!"
"뭐, 이 새끼? 말 다 했냐?"
"……"
"하..."
"...야, 너는 우리 어머니 욕했잖아! 이 새끼야!"
"……"
"하..."
"……"
"고백하자면, 내가 오늘 이런 것도 들고 나왔는데."
"…식칼? 아니, 회칼인가?"
"……"
"이 새끼, 진짜 사람 죽일 생각이었구나... 와, 세상 무섭다, 무서워..."
"……"
"그러니까 왜 우리 엄마 욕해! 씹새끼야!"
"…미안."
"……"
"……"
"그런데, 뭐 하는 분이요? 당신은."
"...나요? 요식업에 종사해, 아니, 종사합니다."
"...요식업? 혹시 일식집?"
"네."
"역시 회칼이었구나... 덜덜덜..."
"님은 뭐 하시는 분이지요?"
"나요? 막노동합니다."
"아."
"그런데 지금 잔업 수당을 떼먹히게 생겨가지고, 요즘 가뜩이나 열받는데, 님의 뻘소리를 듣고 있자니..."
……
"아, 미안합니다..."
" ...나도, 지금 사장이 몇 달째 월급을 안 줘서 짜증나는데..."
"……"
"……"
"일단 노동청에 신고하시고..."
"……"
"내가 많이 겪어봐서 아는데, 일단 노동청에 진정 넣으시고- 쫄면 안 됩니다. 받을 건 받아야 해요."
"...예."
"제가 전화번호 알려드릴게요. 잘 아는 노무사 있으니까... 소개시켜 드릴게."
"...고맙습니다."
"...오늘, 미안했습니다. 님의 어머니를 욕한 건 진심이 아닙니다. 홧김에 그냥..."
"...예. 나도 미안합니다. 욕해서."
"…다음에는 즐거운 일로 만납시다."
"...그럽시다. 반가웠습니다."
"그럼, 이만."
--
현피
201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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