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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사람과 삼겹살 먹기 -

 



 은은한 햇살이 내리쬐는 저녁, 나는 어느 삼겹살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슬슬 배가 고픈 참이다. 나도 들어가서 먹을까? 하지만 혼자 와서 삼겹살을 주문하는 것은 왠지 좀 남우세스럽다. 나는 그냥 정육점에 들러서 고기를 사 갖고 집에서 구워먹기로 결심했다.

 “삼겹살 먹을래요?”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어떤 풍채 좋은 청년이 서 있었다. 나에게 한 말인가? 주위에 나밖에 없으니 그런 것 같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형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눈빛을 마주 바라보았다.

 어차피 거절할 타이밍도 놓쳤다. 

 “그래요.”

 우리는 들어가서 삼겹살 3인분을 주문했다. 불판이 올라오고, 여러 야채들이 식탁 위에 차려졌다. 그와 나는 멀뚱히 앉아 있었다. 나는 물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그러자 그도 물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삼겹살이 먹고 싶었어요.”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오기엔 용기가 없었나 보다. 가만, 그런데... 낯선 사람에게 삼겹살 먹자고 제안하는 게 더 용기 있는 일 아닌가?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 올랐다.

 “소주도 마실래요?”

 내가 제안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장님, 여기 참이슬 두 병 주세요!”

 하고 주문했다. 

 그리고 우리는 말없이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너무 적적한 것 같아서, 나는 뭐라도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뭐하시는 분이세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음악합니다.”

 하고 대답했다. “음악? 어떤 종류?” “힙합해요.” “아, 어쩐지.”

 풍채가 상당하더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말없이 고기를 먹었다.

 왼손에 상추를 펼쳐 들고, 그 위에 고기를 올리고, 쌈장을 찍어 올리고, 상추를 잘 포갠 다음, 오른손에 소주 잔을 들었을 때, 그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건배했다. 그리고 들이켰다.

 “옛날 생각 나네요.”

 그가 말했다. 나는 상추쌈을 입에 우겨넣느라 추임새를 이상하게 넣었다. “웅...” 그는 말을 이어갔다.

 “요즘 작업하느라,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우걱, 네, 저도…” 

 혼밥이며 혼술이며 익숙한 지 오래다.

 우리는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어지는 자리에서, 그는 술 기운으로 발갛게 물들인 볼을 빛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저도요.”

 나도 마주 인사했다. 우리는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나는 터덜터덜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에, 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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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사람과 삼겹살 먹기

 201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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