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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팔이 생겼다 -

 

 


 오른쪽 팔꿈치에서 팔이 하나 더 돋아났을 때 나는 내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도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었다. 한창 신나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데 오른쪽 팔꿈치에서 이상한 통증이 느껴졌다. 처음엔 그냥 일종의 터널 증후군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오른쪽 팔꿈치가 갈라지며 돋아난 무언가는 빠른 속도로 자라더니 뱀처럼 옷소매 밑으로 슬금슬금 기어갔다. 그리하여 내 오른손 위에 자신의 손을 뻗었다. 나는 경악했다. 나의 세 번째 손은 작고 조그마했다. 마치 애기 손 같은 그 손과 팔은 내 오른쪽 팔꿈치에 뿌리를 두고 나와 함께 하게 됐다.

 처음에 든 생각은 이랬다. 누가 이걸 보면 어쩌지? 그러자 덜컥 겁이 났다. 이런 걸 들키면 아무래도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았다. 딱히 뭔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나의 세 번째 팔을 잘 구부려서 옷소매 안으로 집어넣어 보았다. 다행히 그럭저럭 감춰졌다. 

 들키지만 않으면 말이야. 뭐, 딱히 나쁠 거 있겠어? 나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고는 또 잠깐 더 글을 쓰다가, 머리가 살짝 아파와서 산책을 하기로 했다. 나는 다소 두툼한 패딩을 위에 걸쳐 입었다. 내 세 번째 팔은 이제 완전하게 감춰졌다. 좋아. 완벽해. 나는 흡족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하지만 문제는 길거리에서 벌어졌다. 

 어느 대로 한 복판에서, 내 세 번째 팔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난감했다. 내 세 번째 팔은 마치 아이처럼 칭얼댔다. 달래줘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패딩의 오른팔 소매가 계속 펄럭였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괜히 무서웠다.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허겁지겁 집에 도착한 나는, 집 문을 잠그고, 방에 들어가 웃통을 벗었다. 나의 세 번째 팔은 얌전하게 오른쪽 팔꿈치에 붙어 있었다. 마치 아기처럼 새근새근 잠든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가만히 나의 세 번째 팔을 쓰다듬었다.

 천상 예쁜 모습이다.

 그런데, 이제 어쩐담? 나는 머리를 벅벅 긁은 다음,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 팔이 하나 더 생겼어. 뭔 소리야? 나 팔이 세 개임. 얼, 축하한다. 친구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나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냈다.

 어라? 진짜네? 언제부터 이래?

 친구가 물었고, 나는 오늘부터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친구가 또 물었고,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나처럼 팔이 돋아난 사례가 또 있는지, 검색을 해 보았다. 

 [팔이 세 개 있는 사람들의 모임] - 다옴 카페

 응, 이런 사람들의 모임이 벌써 있구나. 나는 조금 안도하며 링크를 클릭했다. 카페 회원 수는 43명이었다. 게시글들을 보니,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세 번째 팔의 인증샷을 올려 놓았다.

 ‘제 써드 팔 인증합니다. 귀엽지 않나요?’

 ‘저도 인증 ㅋㅋ 기여어’

 ‘그런데, 우리 그럼 이제 뭔가요?’

 ‘응/ 아마도... 장애인인가?’

 ‘이거 무슨 병인가?’

 ‘딱히 불편하거나 하진 않은데... 장애인인강??’

 ‘장애인은 핸디킵드 퍼슨이죠. 우리는 이게 핸디캡은 아닌데. 임산부처럼 활동이 불편한 것도 아니고/‘

 ‘왜 팔이 하나 더 생겼을까요?’

 ‘불편한 건 아닌데 좀... 다르죠.’

 ‘보기에 좀 그런 건 맞아.’

 ‘저는 어제 회사에서 아주 혼났습니다. 딱히 무슨 죄 지은 것도 아닌데, 회사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겁나더라고요. 무슨 전자 발찌도 아니고...’

 ‘아마 우리는 소수 중에서도 극소수일 겁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조금 위로가 되었고, 여전히 심란하기도 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잠이나 자자.





 다음 날 아침, 나는 눈 뜨자 마자 나의 세 번째 팔을 확인했다. 나의 세 번째 팔은 오른쪽 팔꿈치에 여전히 붙어 있었다. 나는 눈 비비며 세수를 한 다음,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어제의 그 카페에 다시 들어가 보았다. 밤새 새로운 글들이 또 올라와 있었다. 

 ‘저, 이 팔의 용도를 찾았습니다. 두 손으로 뭔가 작업할 때, 이 팔로 요플레를 떠 먹을 수 있습니다. 아주 겨우 겨우 ㅋㅋㅋ’

 ‘그럼, 우리는 조금 더 편리한 사람이 된 건가요?’

 ‘ㅋㅋㅋ 기득권인강/‘

 ‘기득권은 무슨 ㅋ 이제 여름에 반팔도 못 입고 다닙니다’

 ‘왜 이런 게 돋아난 거지...’

 ‘예쁘긴 예쁜데’

 ‘저는 이거 잘라내려고... 어제 병원 갔었거든요. 그런데 안 된대요. 현대 의학으로 불가능하대요.’

 ‘왜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

 그렇구나. 이 팔은 잘라낼 수도 없는 건가. 나는 잠시 고개를 파묻고 절망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들어 다시 글들을 확인했다. 

 ‘우리는 정상인가요, 비정상인가요?’

 ‘글쎄요...’

 꽤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이었다. 우리는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나는 생각도 정리할 겸, 댓글을 달았다.

 ‘보통 생각으로는...
 팔 두 개 - 정상
 팔 한 개 - 핸디캡

 아, 그러니까. ‘정상’이라고 표현하는 게 아니라, ’비장애인’ 이라고 하는 거였죠?’

 곧 댓글이 달렸다.

 ‘네.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

 ‘그럼 우리는?’

 ‘팔 두 개 - 비장애인
  팔 한 개 - 장애인
  팔 세 개 - ?????’

 우리는 온라인 너머로 각자 침묵하고 있음을 느꼈다. 무거운 공기가 좌중을 감돌고 있었다. 이윽고, 어떤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으로 구분하지 말죠.’

 ‘그러면?’

 ‘우리는... 그저 ‘다른’ 게 아닐까요?’

 다시 한 번 침묵이 감돌았다. ‘다르다’ 라...

 잠시 후, 나는 뭔가 희망을 느끼고, 활기차게 댓글을 달았다.

 ‘그럴지도 몰라요. 예전에 우리 교수님이 그랬어요. 세상은 0과 1만 있는 게 아니라는....’

 ‘음...’

 ‘오호’

 ‘그럴지도....’

 ‘그럼 앞으로 우리 어떡하죠? 오프 모임도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계속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지켜보죠. 여기 카페는 비밀 카페로 바꿔야 하나?’

 ‘그럴지도//‘

 ‘당분간은 우리 세 번째 팔... 잘 숨기시고 다니시고요.’

 ‘여러분의 앞날에 행복을 빕니다.’

 ‘저도요.’

 나는 컴퓨터를 끄고 일어났다. 나는 기지개를 켠 다음, 두툼한 옷을 서랍에서 꺼내 입었다. 그리고 그 위에 패딩을 걸쳐 입었다. 내 세 번째 팔은 잘 감춰졌다. 갑자기 꿈틀거릴 수 있겠지만, 나는 내 근육이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나는 문 밖으로 나섰다. 시리고 차가운 아침 공기가 폐 속 가득 찔러왔다. 나는 크게 숨을 쉬었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졌다. 그 햇살 사이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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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팔이 생겼다

 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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