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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

 

 

 

 가끔 여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꿈을 꾼다.

 

 밤일 때도 있고, 낮일 때도 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보기도 한다. 그때의 내 심정은 두근거림, 혹시 내가 여장 남자라는 게 들킬까 하는 두려움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거울을 바라보며, 예쁘게 꾸민 내 모습에 만족하기도 한다. 나는 거리를 돌아다니고, 바다를 보러 기차에 타기도 하고, 어느 뒷골목을 서성거리기도 한다.

 

 왜 자꾸 이런 꿈을 꾸는 걸까?

 

 "외면은 내면의 발현이니까요."

 

 나의 고백을 들은 주인은 그렇게 대답했다. 나는 더 말씀해보시라는 뜻으로 주인을 바라보았다. 주인이 말을 이어갔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답다는 말은 물론 맞는 말이지만, 정확히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외면으로 표출돼야 해요. 사람의 인상이나 분위기가 한 몫을 하지요. 하지만 패션 감각도 무시할 수 없어요. 그것은 미적(美的) 감각이니까..."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거군요!"

 

 지혜가 활기차게 끼어들었다. 지혜는 얼마 전에 이곳에서 알게 된 씨디로, 작고 귀여운 체형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진지하게 성전환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이유를 물어보았었다. 그녀는 잠시 주춤거리다가, 대답했었다.

 

 "저는 제가 여자라고 생각하니까요."

 

 그 말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대답을 통해 나는 왜 내가 성전환 수술을 고민하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남자와 여자의 경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내면에 양성성(兩性性)을 간직하고 있다-"

 

 내가 중얼거렸고, 주인과 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제 안에 억압되어 있는 여성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크로스드레싱이군요."

 

 "그럴 거예요."

 

 주인이 싱긋 웃었다. 그리고 주인과 나는 깜짝 놀랐다.

 

 "우와! 이 언니 너무 예쁘죠?"

 

 어느새 주의 집중이 다른 곳으로 쏠린 지혜가, 자신의 핸드폰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그 곳에는 굉장한 미녀가 멋진 포즈를 취한 사진이 있었다. 훤히 드러낸 가슴골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지혜는 그 사진을 넋나간 듯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도 이 언니처럼 되고 싶당..."

 

 "......"

 

 "나도 가슴 만들거예요!"

 

 나는 눈을 꿈뻑거렸다. 외과적 수술을 하면 가슴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지혜를 보며, 또 질문을 떠올렸다. 내가 말했다.

 

 "왜 우리는, 왜 나는, 사진 속 여성처럼 되고 싶어할까요?"

 

 나의 계속된 질문에 주인이 푸하하, 하고 웃었다. 참 궁금한 것도 많은 사람이네, 같은 반응이었다. 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맥주를 마시고, 중얼거렸다.

 

 "세상엔 예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예쁜 '사진'이 많은 거지요."

 

 주인이 응수했다. 나는 주인을 바라보았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일어났다.

 

 "화장을 고치러..."

 

 나는 그렇게 말하고, 분장실로 들어갔다.

 

 좁고 어지러운 분장실. 처음 이 바에 왔을 때 느꼈던 첫인상이다. 이 지저분한 곳에서, 아름다움이 탄생한다. 나는 내가 작가이기 전에, 배우로 활동했던 때를 떠올렸다. 나는 왜 연극을 했을까, 하는 질문은 오래전부터 내가 품어온 질문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문득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멋있으니까.

 

 연극 배우들은 멋있었다. 무대에서 자유자재로 감정을 표출하는 모습이, 늘 감정을 억압하고 살았던 나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연극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은 점점 커져갔고, 나는 멋진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극단에 들어가서 공연을 많이 했다.

 

 화려한 무대 뒷편에, 땀냄새 풀풀 나는 분장실이 있다.

 

 화려함 뒤에 있는 고통, 그 고통은 비루하기까지 한 것이었다. 때때로 배우들은 분장실에서 서로 싸웠고, 누구 한 명을 왕따시키기도 하고, 선배가 후배를 갈구기도 하고, 후배들끼리 담배를 피우며 선배 뒷담화를 까기도 했다. 

 

 이런 비루한 일상을 관객들은 전혀 모른다.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나는 화장을 고치고, 다시 나왔다. 지혜가 나를 보며, "오, 예쁘다!" 하고 소리쳤다. 나는 그 반응이 흡족했다. 나는 또각또각 걸어가며, 내가 무대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내었을 때 느꼈던 흡족함을 떠올렸다. 그리고 나는 아까의 내 대답을 다소 수정했다.

 

 왜 연극을 했냐고? 멋있어 '보이고' 싶었으니까.

 

 

 

 

 

 

 --

 작가의 삶도 사실 비루하답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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