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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

 

 

 

 하이힐이란 무엇인가.

 

 하이힐의 기원은 기원전 3500년 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 고위층이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고안한 치장품으로서 뒷굽이 높은 신발을 탄생시켰다. 남과 자신을 구별짓고 싶은 욕망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었나 보다. 따라서 당시에는 하이힐이 남성들의 패션 용품이었고, 점차 여성들에게로 넘어갔다. 그 후 남성의 능력을 중요시하는 사회가 되면서 하이힐은 여성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자료 출처: 나무위키)

 

 나는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걷고 있었다.

 

 몇몇 러버(lover) 들이 술을 마시면서 내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넘실넘실대는 욕망이 공기를 타고 느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뒷굽에서 나는 또각또각 소리를 들으며, 바(bar)의 중앙을 왔다갔다했다. 꽤 불편했다.

 

 "우욱..."

 

 모두가 알듯이, 하이힐은 발 건강에 좋지 않다. 나는 신음을 흘렸고,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던 주인 - 처음 나에게 화장을 해 주었던 나이 많은 시디(CD) - 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거 걷고 아파요?"

 

 "...겁나 아픈데요."

 

 나는 끙, 소리를 내며 의자에 앉았다. 주인은 나에게 씹을 거리, 과자 등을 내주었다. 나는 과자 하나를 입에 던져 넣으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이힐을 신은 다리는, 확실히 더 예쁘다. 이래서 여성들이 하이힐을 포기하지 못하는지도...

 

 "세상엔 왜 이렇게 예쁜 힐이 많을까요?"

 

 나는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주인은 웃음기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과자 하나를 또 입에 던져 넣으며,

 

 "길거리만 나가도, 쫙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힐들. 어쩔 때는 너무 예뻐서 설렌 적도 있어요. 저 힐 페티쉬인가요?"

 

 "예쁜 걸 보면 설레는 게 인지상정이예요. 호호."

 

 "...고작 신발일 뿐인데..."

 

 나는 말을 마무리하고, 잠시 멍을 때렸다. 무슨 생각 하나가 머릿속을 막연하게 왔다갔다한 것이다. 하지만 명확하게 그 생각을 갈무리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주인이 말했다.

 

 "'발'은 우리에게 뭘까요?" 

 

 "...응?"

 

 현자(賢者)는 그윽한 눈길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는 곧, 말했다.

 

 "'발'은 우리 신체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것. 가장 고생하고, 가장 더러워지기 쉽고, 가장 천한 대접을 받는 것."

 

 "......"

 

 "하지만 '발'은, 그래서 우리 몸의 정수지요."

 

 그의 음성이 부드럽게 내 귀에 담겼다. 나는 눈을 꿈뻑거리며, 헤, 하고 입을 벌렸다가, 마치 꿈꾸는 듯 말했다.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것은..."

 

 "가장 고귀한 일이지요."

 

 "...그래서 신발이 중요한 건가... 발은 소중한 거니까."

 

 그때, 찌릉,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주인과 나는 일제히 문 쪽을 바라보았다. 키가 꽤 큰, 늘씬한 씨디가 들어왔다. 그는 또각또각하는 소리를 내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아까 러버들이 모여 있던 곳에서 짐승과 같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긴 머리를 손으로 차랑 넘기며, 러버들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어머. 오늘은 좀팽이들밖에 없네."

 

 

 

 

 --

 문득 오늘은, 제가 글을 쓸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저녁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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