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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화 -

 

 

 

 우리는 입을 쩍, 벌렸다.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두 러버는 서로 뭔가 궁시렁대기 시작했고, 급기야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꼿꼿이 서 있었다. 높은 굽의 하이힐이 예리하게 빛났다.

 

 "이봐요, 지금 뭐라고 했어?"

 

 그에게 다가 온 남자가 험악하게 물었다. 그 기세에 눌릴 만도 하지만, 그는 그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너... 깡패야?"

 

 "뭐?"

 

 "어디 조폭이야? 문신 어디서 했어?"

 

 "......"

 

 "이 새끼, 조폭 맞나 보네."

 

 "......"

 

 "뒤에 정치인이라도 껴 있나?"

 

 "야, 야. 가자."

 

 다른 남자가 그 남자의 팔을 붙잡고 만류했다. 주인과 나도 벌떡 일어나서 싸움을 말리기 위해 그들에게 다가갔다. 팔을 붙잡힌 그 문신남은, 퉤, 하고 바닥에 침을 뱉고는,

 

 "이번엔 봐 준다... 가자."

 

 하고 몸을 돌렸다. 우리 셋은 모두 그들의 뒤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문을 나설때 그 문신남이 뒤를 돌아보며,

 

 "이 쌍년아. 여자가 고분고분한 맛이 있어야지."

 

 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풉."

 

 하고, 욕설을 들은 그(녀)는 그렇게 웃고 말았다. 어이가 없었는지, 문신남은 맥이 빠져서 나가고 말았다.

 

 "일단 진정하시고, 앉으세요."

 

 "나는 흥분한 적 없어요."

 

 내 제안에 그(녀)는 차갑게 응수하며, 의자에 앉았다. 주인이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잠시 말없는 시간이 지나갔다. 나도, 주인도, 각자의 맥주를 마셨다. 조금 적적하다고 생각했는지, 주인은 바(bar)에 흐르는 음악을 다소 경쾌한 것으로 바꾸었다. 다소 환기된 분위기를 느꼈는지, 그(녀)가 약간 밑도 끝도 없게 운을 띄웠다.

 

 "세게 나가세요. 씨디라고 기 죽으면 안 돼요."

 

 "네, 네."

 

 나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침묵이 흘렀다. 적적함을 깨기 위해, 이번엔 내가 질문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저요? '민정'이요."

 

 "아, 네. 예쁜 이름이네요."

 

 "님은 이름이?"

 

 "저요? 저는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나는 그냥 솔직히 대답했는데, '민정' 씨가 푸하하, 하고 웃었다. 민정 (이하 존칭 생략)은 웃음을 멈추기 위해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며,

 

 "'이름이 없습니다'라는 표현이 웃겨서... 죄송해요. 크큭."

 

 "...그게 웃겨요...?"

 

 나는 대충 대답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무안함과는 별개로, 내 입이 스르르 열렸다.

 

 "'강대국은 깡패처럼, 약소국은 창녀처럼 행동해 왔다.' 스탠리 큐브릭의 말이지요."

 

 민정이 웃음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주인도 오, 하고 입을 오므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시선을 받은 나는 당황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나는 주인을 바라보며, 더듬더듬 말했다.

 

 "사실, 저번에 '창녀' 얘기를 하셔서, 자료를 좀 찾아봤어요."

 

 "그렇군요."

 

 주인이 싱긋 웃었다. 그리고 나에게 계속 말하라는 듯, 손짓했다. 나는 용기를 얻어 말을 이어갔다.

 

 "'제국주의'가 우리 삶을 지배한 지 오랜 세월. 일본 제국주의가 끝나고, 지금은 금융 패권이 지배하는 신제국주의 사회라고 해요. 그리고 제국주의는 식민지에서 동조하는 세력이 없으면 실현 불가능하다고 하지요."

 

 나는 민정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서 갑작스러운 울음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모른체하며 말을 마무리했다.

 

 "나는 창녀이고 싶지 않아요. 어느 삶에서든." 

 

 

 

 

 --

 내일 알바를 해야 해서, 하루 일찍 올립니다.

 모두들 각자의 삶의 주인 되는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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