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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

 

 

 

 화장을 지우고, 다시 옷을 갈아입었을 때 나는 남자로 돌아와 있었다.

 

 새벽 동이 어스름히 트고 있었다. 벌써부터 출근하기 위해 삼삼오오 지하철로 모이는 사람들, 나는 문득 현재 백수된 내가 부끄러웠다. 내가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일을 안 하는 건 아니다. 가진 것이 글쓰는 재주 뿐인데,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냈으나 일할 곳이 없었다. 조만간 다시 편의점 알바 자리를 구해야 할 것이다. 무심히 마주치는 사람들. 생(生)을 향해 질주하는 사람들. 나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의 성(gender)은, 남성인가, 여성인가.

 

 그곳에 다시 간 것은 며칠 후였다.

 

 어김없이 그녀가 해 주는 화장을 받고, 나는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문이 찌르릉, 하는 소리를 내며 열리고, 곱게 입은 씨디 한 명이 들어섰다. 한 눈에 봐도 머리부터 발 끝까지 아기자기한 예쁨으로 가득한 사람이었다. 나의 시선은 그 사람을 향해 쏟아졌다.

 

 "안녕하세요? 혼자 왔어요?"

 

 그는 내 옆에 앉으며 내게 인사했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나는 솔직한 내 감상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너무 예쁘시네요."

 

 "어머. 고맙습니다."

 

 "업을 하신지는 얼마나?"

 

 "저는, 어렸을 때부터 했어요."

 

 "실례지만, 지금 나이가?"

 

 "스물 다섯살요."

 

 그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행동부터 말투까지 여자여자함으로 가득했다. 나는 문득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어라, 안 돼, 정신 차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잖아. 나는 머리를 가볍게 흔든 후,

 

 "왜 업을 하세요?"

 

 하고 물었다. 묻고 나서 아차, 싶었다. 실례되는 질문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겐 화두같은 문제였다. 사람은 왜 크로스드레싱을 하는가. 다행히, 그는 별로 개의치않고 대답했다.

 

 "그냥, 이 음기(陰氣)가 좋아요."

 

 "...음기?"

 

 "네. 조이고, 압박받고, 구속받고, 불편하고, 묶는 것. 여자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뜻밖의 대답에 나는 입을 헤, 벌렸다.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신 후,

 

 "그러다 상처받을텐데..."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가 다소 토라진 표정으로,

 

 "상처받는 게 두려워요?"

 

 하고 약간 쏘아붙이듯 말했다. 나는 당황했다. 이럴 땐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상처 받는 건 두렵다. 그건 당연한 건데. 왠지 그렇게 대답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잠시 후 나는 대답했다.

 

 "왜 상처를 받으려고 해요?"

 

 그가 움찔했다. 아마 그는 자신이 나를 외통수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심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리라.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류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다. 그가 대답했다.

 

 "상처 받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해요."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실례합니다." 대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무례하게 치마 속으로 기어들어왔다. 나는 그것을 그대로 냅두며, 대신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상처 받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한다... 는 말에 대해- 그러니까, 일종의 아프니까 청춘이고...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을까...

 

 나는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서, 있다.

 

 다시 들어온 나는, 그의 옆에 앉았다. 그는 말없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나도 말없이 맥주를 마셨다. 우리는 잠시 그렇게 침묵했다. 나는 확실히 모든 관계를 어색하게 만드는 은사가 있다. 내가 그렇게 속으로 자조하면서 술로 내 자신을 학대하고 있을 때, 그가 문득, 입을 열었고, 나는 놀랐다.

 

 "사실... 많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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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드레서>는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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