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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

(완결)

 사고의 원인은 전열기에서 불이 났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환기가 잘 안 되는 이 고시원 특성 상,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뭔가 타는 냄새를 맡았을 때 누가 고등어라도 굽다가 태운 줄 알았다고. 때마침 불이 난 것을 발견한 몽골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고, 놀란 사람들은 허겁지겁 대피했다. 몽골 아저씨는 소화기를 찾아서 불길에 뿌렸다. 하지만 소화기는 노후해서, 작동하다가 멈췄고, 불길을 완전히 잡지는 못했다. 몽골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빠져나왔다.

 한 가지 이상했던 것은, 사고 발생 후부터 총무가 보여준 태도였다.

 몽골 아저씨가 대피하라고 소리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대피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한다. 총무가 딱히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119에 신고하라고 총무에게 소리쳐도, 그는 어딘가 주저주저했다고. 그는 그저 자신의 흰 런닝으로 이마의 땀만 닦을 뿐이었다. 그리고,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게, 관리 소홀 때문인지, 아니면 건물 자체가 워낙 노후해서인지, 그 선후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복도에 세워두웠던 지훈 형의 킥보드는 작동하지 않았다. 불길 때문에 어디가 어떻게 고장난 모양이었다. 지훈 형은 이 상황에 대해

 "쩝..."

 하고 심경을 표현했다.

 여기까지가 지훈 형이 나에게 들려 준 자초지종이었다. 나는 지훈 형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병문안 와 주셔서 고마워요."

 형은 씨익 웃으며,

 "당분간 몸조리 잘 하세요. 그럼, 이제 가 볼게요."

 "네. 안녕히 가세요!"

 지훈 형은 일어나서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문 앞에서 멈칫하고는,

 "저한테 주신 원고 읽어봤는데요."

 나는 화들짝 놀랐고, 덕분에 갈비뼈가 또 콕콕 아파왔다. 그러자 지훈 형의 표정이 미안함으로 핼쓱해졌다. 나는 신음을 흘리며 헤헤 웃었다.

 "헤헤, 어때, 어땠어요?"

 지훈 형은 마치 iOS에서 쓰는 이모티콘처럼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손가락으로 턱을 긁적이더니,

 "솔직히 말하면, 아직 아마추어의 느낌은 나요."

 하고 말했다. 나는 실망했지만 어차피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역시, 그렇죠?"

 그러나 지훈 형은 어조를 살짝 바꿔서

 "그런데, 장점이 있어요."

 "뭐, 뭔데요?"

 "글이 읽기 편하고, 자연스럽게 문장을 구성할 줄 알아요. 억지스러운 표현이 없어요."

 "아..."

 "보통 자신이 가닿지 못한 정서를 마치 그런 척 하면서 글을 쓰면 반드시 억지스러운 표현이 나오거든요. 그런 글은 얼핏 멋있어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뒷맛은 좋지 않죠."

 "......"

 "우진 씨의 글은 그런 게 없어요. 그래서 좋았어요."

 "아..."

 "계속 해 봐요. 그럼."

 하고, 지훈 형은, 재빨리, 하지만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잠시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시 후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렇구나. 출판사에 보내기에는 '언감생심' 이었지만. 나에게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야.

 나는 한 번 더 빙그레 웃었다. 아무리 멈추라고 해도, 멈추지 않기로 했다.

 그 누나가 보고 싶다.

--

뜨거운 밤은 계속된다

10화 완결.

2019.03.21.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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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편이 어찌어찌 완성되었습니다.

글쓰기는 참 귀찮고 힘든 일이지만..

글쓰기를 통해 제 자신이 많이 치유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제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힘을 얻으신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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