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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

 

 

 

 이제 배달 일에 어느 정도 요령이 붙어서, 처음보다는 수월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 고약한 게, 이 어플에는 고객이 배달 라이더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배달이 마음에 들면 ‘좋아요’를, 마음에 안 들면 ‘아쉬워요’를 누르는 것이었지요. 평가받는다는 게 은근히 살떨리는 일이더군요.

 

 지금까지는 운 좋게 ‘아쉬워요’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들 착하신 거죠. 나, 그럭저럭 잘 했구나, 생각하며 배달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어느 외진 아파트에 도착해서 호수를 찾고,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배달 왔습니다.’

 

 곧 어느 남학생이 나왔습니다. 그는 저에게서 떡볶이를 받아들고,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한 후 들어갔습니다. 좋아, 또 한 건 했어. 별 일 없었고.

 

 아파트 단지를 나왔는데, 핸드폰이 찌링 하고 울렸습니다.

 

 [고객 평가 – 아쉬워요 1건]

 

 응? 그게 제가 처음으로 받은 ‘아쉬워요’ 였습니다. 왜지? 뭐가 문제인 거지? 저는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분해졌습니다. 그 자식, 대체 왜 ‘아쉬워요’를 누른 거야? 화딱지 나네.

 

 결국 참다못해 저는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네. 오버 잇 상담센터입니다. 한지훈 라이더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방금 제가 ’아쉬워요‘를 받았는데, 사유를 알 수 있을까요?’

 

 ‘아, 그러셨군요. 잠시만요.’

 

 ‘예.’

 

 ‘예. 사유를 남기셨습니다. 읽어드릴까요?’

 

 ‘예, 예.’

 

 ‘...’수염 극혐‘. 이라고 남기셨어요.’

 

 ‘예?’

 

 ‘예.’

 

 ‘예에. 알겠습니다.’

 

 그날 면도를 안 하고 나오긴 했는데... 저는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속이 쓰렸습니다. 아쉬워요를 많이 받으면 배달에 시간부 제한이 걸립니다. 생계에 타격이 있는 것이지요.

 

 저는 울적한 마음으로 다음 배달 콜을 기다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준비해 둔 우비를 꺼내 입고, 어느 처마 밑에서 담배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옥같은 세상, 망해버려라. 빌어먹을.

 

 [배달 1건 – 수락해주세요]

 

 콜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배달 목적지를 확인하고 놀랐습니다.

 

 ‘강섬 마을 공원 – 야외공연장에 있어요!’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강섬 마을 공원이면... 저는 담배를 털어 끄고 꽁초를 뒷주머니에 넣고 자전거에 올라 픽업지로 향했습니다. 방금까지의 울적한 마음은 금세 잊었습니다. 그리고 기대감이 제 마음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메뉴는 핫도그 두 개였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머스타드 소스가 듬뿍 발라져 있는 것이었죠.

 

 음식을 가방에 넣고 저는 강섬 마을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빗방울이 거세졌습니다. 저번에 넘어진 경험도 있고 해서 조심스레 자전거를 몰았지만, 페달을 밟는 발과 핸들을 조종하는 어깨에는 힘이 넘쳤습니다. 후끈해진 몸이 뿜어낸 열기가 우비 안에서 맴돌았습니다. 마음 같아선 우비를 벗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십 여분을 달려 강섬마을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몰아쉬는 숨이 빗방울에 부딪혀 비산했습니다. 야외공연장이 어딘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거기서 공연한 적이 있거든요. 저는 페달에 마저 힘을 주었습니다.

 

 거기에 있었습니다. 야외공연장 지붕 아래에서 손을 꼭 붙잡고 있는 모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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