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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

 

 

 

- 그녀는 입을 막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가 흥건히 흘러 그녀의 옷에 묻었지요. 그녀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보였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그녀를 부축했습니다.

 

 ‘구, 구급차를 불러주실 수 있나요?’

 

 그녀가 힘겹게 말했습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이고,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눌러 구급차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제가 땀을 닦기 위해 늘 가지고 다니던 손수건을 꺼내, 가게 안으로 뛰쳐들어갔습니다. 거기 직원이 저를 보고 놀라더군요.

 

 ‘누구세요?’

 

 ‘술!’

 

 저는 그렇게 외친 후, 그가 어안이 벙벙해 있는 사이 눈에 보이는 냉장고 하나를 벌컥 열어 소주를 꺼냈습니다. 소주 마개를 열고, 소주로 손수건을 콸콸 적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가게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녀는 골목의 벽에 기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다가가,

 

 ‘소독 및 지혈할 거예요.’

 

 ‘......’

 

 ‘입을 벌려보세요.’

 

 그녀는 고통으로 신음하면서도 입을 벌렸습니다. 피가 나는 곳이 어디... 어, 어금니? 어금니가 하나가 없어? 저는 깜짝 놀랐지만 망설일 새가 없었습니다, 소주로 적신 손수건을 어금니가 있던 자리에 대었습니다.

 

 ‘으아아아악!’

 

 그녀는 비명을 질렀고, 입이 순간 다물어져 제 손가락을 깨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다시 입을 벌렸습니다. 그것은 현명한 선택이었고, 꽤 놀라운 강인함이었습니다. 그녀의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습니다.

 

 잠시 후 119 구급차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다가왔습니다. 구급대원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황급히 차에서 내렸고, 저는 그들을 향해 외쳤습니다.

 

 ‘여기예요!’

 

 곧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가지고 달려왔습니다. 그녀는 들것에 실렸고, 구급대원들이 그녀를 향해 응급처치를 하는 동안 저는 그제야 안도 반 걱정 반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들것이 구급차 안으로 옮겨지는 동안 구급대원 한 분이 저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같이 가주셔야겠는데요.’

 

 ‘저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말했습니다.

 

 ‘응급처치를 잘하셨어요. 남자친구분이.’

 

 남자친구? 저 남자친구 아닌데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습니다. 저는 일단 구급차에 탑승했습니다. 들것에 누운 그녀를 보니, 그녀는 눈을 감고 울고 있었습니다.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가 겨우 한마디 내뱉었습니다.

 

 ‘괜찮아요.’

 

 그녀는 눈을 뜨고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거리는 그 눈빛에는 고마움이 서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 왜 구급대원이 저보고 그녀의 남자친구라고 했는지 알았습니다. 그녀는 보호자가 필요했을 것이고, 저를 남자친구라고 구급대원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리라... 영리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녀가 병원으로 옮겨지는 동안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곁에 있을 뿐이었죠, 그것만으로도 그녀에게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마음 한 구석에 있었습니다.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하고, 그녀가 응급실로 실려가고, 저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손에 묻은 피를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병원의 화장실로 들어가 손을 닦고, 옷에 묻은 피도 대충 닦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거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가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저는 갑자기 욕지거리가 차올라 헛구역질을 했습니다. 토할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고는 수돗물로 입안을 헹군 다음 화장실을 나왔습니다.

 

 응급실 안 쪽을 흘깃 훔쳐보니 의사가 그녀에게 처치를 하는 게 보였습니다. 이제 괜찮을 거야.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병원을 나서려 했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보호잔데... 저는 몸을 돌려 그녀의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갔습니다.

 

 그녀는 많이 진정되어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그녀가 말했고,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푹 쉬세요. 또 올게요.’

 

 저는 그렇게 말한 다음, 병원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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