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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 일단 한 잔 하게.

 

- 드시죠.

 

- 자네, 요즘 뭘 해서 먹고 사나?

 

- ......

 

- 뭣하면 내가 대필 작가 일이라도 소개시켜 줄까?

 

- 괜찮습니다. 저, 배달 노동합니다.

 

- 배달? 어디, 짜장면 집에서?

 

- 아닙니다. 요즘은 배달 어플로 배달하는 게 생겼습니다.

 

- 아... 아아, 그게 요즘 소위 말하는 '긱 경제 (geek economy)' 로군.

 

- 맞습니다.

 

- 그래... 그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

 

- 그런 것 같습니다.

 

- 나는 요즘 말야, 과연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곤 한다네.

 

- 노동... 말입니까?

 

- 그렇네. 이를테면 나는 작가지. 나의 글쓰기는 '노동'인가 하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과연 글쓰기, 소설쓰기가 노동이라면, 그에 대한 합당한 처우 - 즉, 금전적 보상 - 를 기대해야 하는가...

 

- 그 돈은 어느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인가, 하는 문제로군요.

 

- 역시, 자네는 명철하네. 그렇다네. 결국은 돈을 가진 자의 입맛에 맞는 글을 써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일세.

 

- ......

 

- 하지만 자네는 자존심과 신념이 강하니 그런 글쓰기는 하지 않을 걸세.

 

- ......

 

- 이렇게 생각해 보지. '성 노동'은 노동인가?

 

- 어렵고 복잡한 문제입니다. 예민하고 첨예한 문제이기도 하고요.

 

- 성 노동자 - 일단 이렇게 지칭하겠네 - 의 용역(service)은 어느 선까지 행해져야 한다고 보나. 돈을 가진 자에게서 합당한 급부를 받으려면 말일세.

 

- '성 노동'이라면, 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끝이어야 합니다.

 

- 원칙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섹스'라는 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닐세. 대화가 오가고, 서로 간의 교감이 오가네.

 

- 선생님, 오늘 저를 부르신 이유를 알겠습니다.

 

- 그렇다네. '토론' 상대가 필요했네.

 

- 감사합니다.

 

- 후후후... 그렇다면, 틀을 넓혀서, '서비스 업'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지. '서비스 노동', 즉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어느 선까지 행해져야 하나.

 

- 원칙적으로는 역시 '서비스'만 제공하면 끝입니다.

 

- 그렇지.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잉 친절'로 유명하지. 물론 '친절'은 좋은 것일세. 하지만 우리나라 스튜어디스들의 감정 노동은 우리의 상상 이상일 때가 많지. 식당에 가면 - 유명 프랜차이즈일수록 - 서비스 점원이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곳이 많네. 이런 문화는 다 어디서 온 것인가.

 

- 선생님 말씀대로, 결국은 돈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겠지요.

 

- 그런가... 그렇게 생각하면 슬프네.

 

- 선생님, 한 잔 하십시오.

 

- 고맙네.

 

- 제 이야기를 들어 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 자네 얘기? 어떤 얘긴가?

 

- 서두에 말씀드렸다시피 요즘 하고 있는 '배달 노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자전거'로 배달하는데요, 배달 노동을 쉽게 봤던 처음과는 달리 별의별 일을 다 마주하는 중입니다.

 

- 흥미롭군. 자네의 이야기 속에서 많은 영감을 얻을 지도 모르겠네.

 

- 감사합니다. ...처음 배달을 한 날, 저는 자전거를 타며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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