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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

 

 

 

 - 험난한 여정이었군.

 

 - 맨날 집에서 책만 읽던 책벌레가 생전 안 해 본 육체 노동을 해 보려니...

 

 - 그렇지. 작가들 중에서도 그런 자기 자신을 자각하고, 기꺼이 육체 노동을 하는 분들이 있네. 농촌에 내려가서 농업에 뛰어드는 이들도 있고.

 

 - 유명한 몇몇 분들이 농사나 과수원을 하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 '글은 어쩌다 조금 잘 썼다고 많은 칭찬을 받지만, 농사는 정직하다.' 내가 아는 어느 선배의 말이라네.

 

 - '심는대로 거둔다'는 뜻이군요. 저는 아직 먼 것 같습니다...

 

 - 자네도 곧 그렇게 될 걸세. 그보다 이야기를 더 듣고 싶군. 한 잔 들게.

 

 - ...그로부터 며칠 뒤, 저는 다시 그 동네로 향했습니다. 언덕이 많은 부자 동네, 어딘지 아시죠? 약간 경험치가 생겨서, 어찌어찌 배달을 네 건 정도 완수했습니다. 꽤 지치고, 다리가 후들후들거렸습니다. 어느새 땅거미가 짙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어느 뒷골목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뜨거워진 몸을 달래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후미진 구석에 있는 작은 뒷문을 열고 누군가가 나왔습니다. '홀복'이라고 하죠. 몸에 짝 달라붙는 옷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짙은 화장을 한 그녀는, 저를 흘깃 보고는 반대쪽으로 가 담배를 입에 물었습니다. 

 

 그녀와 저는 서로를 약간 의식한 채, 그렇게 말없이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녀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저도 자전거를 끌고 골목을 나왔습니다. 집으로 향하며, 저는 자전거 위에서 문득 그녀를 떠올렸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눈이 상당히 크고 예뻤던 것 같습니다. 화장이 짙었지만 나이도 생각보다 어릴 것 같고...

 

 - 아까 잠시 말했던 '성 노동', '서비스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거군.

 

 - 그렇습니다. 그후 계속 배달 일을 하다보니, 룸살롱으로 배달을 하러 가기도 하고, 마사지샵으로 배달을 하러 가기도 했거든요. 그 동네는 어쩜 그렇게, 소위 '성 산업'이 발달해 있는지-

 

 - 돈이 많은 동네지 않나. 돈을 가진 남자와, 미모를 가진 여자. 서로 원하는 걸 가지고 있지.

 

 - 그게 우리 사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증거가 되겠군요. 돈을 가진 여자와 미모를 가진 남자 조합보다는 압도적으로 많으니까요.

 

 - 그럴 수 있겠네.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 또는 그 이전에 '돈'이 가진 철학적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네.

 

 - 사람들간의 거래에 있어서 '물물교환'의 방식을 사용했던 원시 시대를 넘어, 거래 수단으로 '화폐'가 생겨나게 되었고 지금은 그게 보편 상식이 되었지요.

 

 - 그리고 문제도 거기에서 일어나네. 거래의 편리성을 위해 만들어진 '화폐'라는 개념이 곧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지.

 

 - 너무나 오래된 철학적 주제이면서도 아직 인류가 풀지 못한 숙제입니다. 성서에서 '돈의 신'을 '맘몬(mammon)'으로 규정하고, 그것이 우상이라고 정확히 명시한 의도를 이제 알 것 같습니다. 

 

 - 그녀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게.

 

 - 예. 몇 주일이 흐른 후, 저는 그 골목에 다시 기어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더워진 몸을 달래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마침 그녀가 나오더군요... 그런데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는 입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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