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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暗行)

9화

 "이런 상황에서, 나는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어."

 "뭔데요?"

 "......"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대리는 더할나위없이 진중하게 말했고, 일동은 입을 다문 채 대리를 쳐다보았다. 대리는 그 시선들이 문득 부담스러웠는지, 자신의 팔을 손으로 빠르게 비비며,

 "알아, 알아. 닭살인 거 안다고!"

 하고 뻘쭘하게 얼버무렸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그렇게 응수하며, 택시 청년은 벗은 목장갑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아저씨 신참도 엷게 웃으며, 음료수를 한 모금 들이키고, 택시 청년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무연(無然)한 질문이었는데, 택시 청년은 눈빛을 빛냈다. 아저씨 신참은 그 반응에 다소 놀랐다. 택시 청년은 씩 웃으며,

 "'송윤'입니다. 외자예요."

 하고 대답했다. 아저씨 신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맞은 편에서 추락 청년은 나머지 한 청년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그 청년은 고맙다고 눈 인사하며 음료수를 받았다. 그는 일동 중에서 가장 말이 없었다. 아저씨 신참은 그 청년에게 슬그머니 다가가서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그 청년은 과묵한 입술을 열어,

 "'허지상'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아저씨 신참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하는 거 있어요?"

 하고 물었다. 지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아, 영화 보는 거 좋아해요."

 "아."

 "장르 가리지 않고 다 봅니다. B급 영화도 좋아하고..."

 이상하게,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친구들 중에 저렇게 과묵한 친구들이 많더라고. 아저씨 신참은 그렇게 생각하며, 말했다.

 "저는 최근에 <플립(flipped)>이란 영화를 봤는데-"

 "저도 봤어요!"

 지상은 갑자기 목소리의 톤이 높아졌다. 아저씨 신참도 눈을 빛내며,

 "거기 여주인공 소녀가 너무 사랑스럽죠?"

 지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사실 어쩌면 그렇게 사는 게 맞는 게 아닌가 하는 메시지가 영화에 녹아있는 게 아닌가-"

 하고 진중하게 대답했다. 영화 얘기로 밤을 지새울 수도 있겠... 아, 이미 지새웠지. 아저씨 신참은 그렇게 생각하며, 지상과 영화 얘기를 했다. 둘이 워낙 재밌게 떠들었는지, 그 자리에 대리와 윤과 추락 청년도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야, 너 스파이더맨 봤어? 엔드게임 봤어? 스파이더맨 봤어요. 존윅 이번에 어때? 재밌어? 액션 진짜 존나 짱. 존윅은 이 시간에도 열 세 명은 죽일 거야.

 "내 이름은 최현수야."

 대화 중에, 갑자기 대리는 더할나위없이 진중하게 말했고, 일동은 일순 입을 다물고 대리를 바라보았다. 대리는 그 시선들이 부담스러운 것을 느꼈는지,

 "아니, 그냥, 알아두라고."

 하고 얼버무렸다. 일동은 흐흐흐, 하고 웃었다.

 "제 이름은 '이병철'입니다."

 마지막으로 추락 청년이 통성명을 했다. "오. 너 이름이 모 회장 이름하고 똑같네?" 현수가 그렇게 말했고 윤은 그런 현수에게 "아니, 여태 얘 이름도 몰랐어요?" 하고 타박했다. 현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런데, 아저씨는 이름이 뭐요?"

 하고 아저씨 신참에게 물었다. 일동은 아저씨 신참을 쳐다보았다. 아저씨 신참도 머리를 긁적이며,

 "네, 제 이름은..."

 하고 운을 뗐을 때, 어디선가 찰칵, 하는 소리가 났다. 일동은 모두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았다.

 서 과장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왜 우리를 찍지? 현수는 서 과장에게 물으려 했으나 서 과장은 그러고 쏜살같이 도망가버렸다. "이봐요!" 현수는 서 과장을 따라가 공연장 밖으로 나갔다. 뭐지? 윤과 지상도 현수를 따라갔고, 병철만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있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며 객석 의자에 걸터앉았다. 아저씨 신참도 에라 모르겠다 하며 그 옆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아저씨 신참은 그 순간 농담 하나를 떠올렸다.

 썰렁한 농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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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暗行)

9화

2019.07.04.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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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코난. 탐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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