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暗行) - 5화

 

 

 

 

 

 

 

 

 

 

 

 

 

 

 

암행(暗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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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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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는 누가 볼 세라 희영을 재빨리 차 안으로 밀어넣었다. 차 문을 잠그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본 후, 운전석에 탔다. 계획에는 약간 차질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성공했어. 이제 이 여자를 잘 '운반'하기만 하면 된다. 성수는 자신의 치밀함에 자화자찬하며, 차의 시동을 걸고, 출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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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는 조금 가다가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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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시동을 껐다가, 다시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그러나 차는 조금 가다가 멈춰설 뿐이었다. 성수는 욕을 내뱉고 싶은 걸 억지로 참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차의 바퀴 상태를 확인한 후에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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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바퀴에 펑크가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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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일은 최대한 태연자약하려 애썼다.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잘 해야 하는 일은 분노와 두려움을 컨트롤하는 일... 진정하자... 진정... 그러나, 혹시 누가 보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우일은 다시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낭패였다. 주위에 딱히 우일을 주목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우일은 마치 발가벗은 채 무대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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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한 청년이 우일의 눈에 들어왔다. 우일은 반사적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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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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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은 우일의 말에 깜짝 놀라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뭘 그리 놀라나 싶었지만... 우일은 청년의 그런 모습이 어딘지 순수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청년은 마주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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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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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은 한동안 대화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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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우일의 눈 앞에 어떤 사람이 나타났을 때, 우일은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숨을 헉헉거리며, 우일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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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헉. 아저씨.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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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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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철은 뒤를 돌아보며, 자신도 인사할까 말까 하다가, 간단히 목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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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배우 박수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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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하시는군요?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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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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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안 본 지 오래됐네.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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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며 그는 여전히 헉헉거렸다. 우일은 자신의 턱수염을 만지막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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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어쩐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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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아. 친구 보러 왔습니다. 제 친구가 오늘 여기 왔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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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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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이 허어멸건하고 머리 좋은 애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 물정을 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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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 말하는 거지? 우일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에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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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믹스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숨 좀 돌리죠. 지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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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은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셋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종이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초여름의 밤, 건물 내부보다 바깥이 더 선선한 것 같았다. 셋은 잠시 말없이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밤바람을 쐬었다. 지원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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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사실 커피 마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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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약 먹고 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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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일이 물었고 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다시 입에 대었다. "아, 달다..." 우일은 씁슬하게 웃으면서, 저 멀리 구석에 세워져있는 한 차량을 계속 곁눈질했다. 수철이 지원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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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극단'에서 일하시지요, 연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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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은 다소 부끄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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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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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 그런데 왜 부끄러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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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하는 사람이 막상 다른 연극을 못 보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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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철은 지원의 말투가 어딘가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마치 군대식 경어를 말 중간중간에 섞어 쓰는 것 같았다. 세상엔 재밌는 사람들이 많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수철은 왠지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지원에게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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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분은 찾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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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뇨. 안 보이는... 연락도 안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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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둘은 깜짝 놀라서 하마터면 커피를 쏟을 뻔 했다. 특히 지원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서 눈만 빠르게 꿈뻑꿈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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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일이 비명을 지르며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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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暗行)

5화

20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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