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暗行) - 20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10)

 

 

 

 

 

 

 

 

 

 

 

 

 

 

 

 암행(暗行)

 20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10)

 

 

 

 

 성수의 차 안에서는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차에 탄 연정은 귀를 쫑긋했다. 그렇게 잠시 음악을 들었지만, 어딘가 허한 기분을 다시 느꼈다. 채워져야 할 것이 채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성수는 눈치 빠르게,

 

 "무슨 음악 좋아해요?"

 

 하고 운을 띄웠다. 연정은 내심 놀라서 성수를 쳐다보았다. 성수는 이번에도 눈치 빠르게,

 

 "피시방 갈때마다 느꼈지요. 연정 씨는 음악을 보는 눈이 있구나, 하고."

 

 "어머. 감사합니다."

 

 이 남자, 의외로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단 말이야. 연정은 다소 흡족한 기분을 느끼고는,

 

 "그냥, 장르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해요."

 

 하고 대답했다. 성수는 크게 웃으며,

 

 "하하하! 대단하네! 나는 음악에는 영 젬병인데."

 

 하고, 차를 골목길로 진입시켰다. 저녁 시간대에 차가 꽉꽉 막히기로 유명한 강섬역 일대를 벗어나기 위한 지름길이었다. 연정은 눈을 두어 번 깜빡거린 다음, 고개를 옆으로 돌려 밖을 바라보았다. 네온 사인 간판들이 하나 둘 불을 켜고 불야성을 이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의 하루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벌써부터 취해서 비틀거리는 사람, 손님들을 낚아채기 위해 분주한 삐끼들, 떡볶이와 어묵을 파는 노점상, 찹쌀떡 파는 아저씨까지... 연정은 주의깊은 눈으로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연정은 편의점 앞에서 캔커피를 마시고 있는 어떤 여자를 발견했다.

 

 연정은 성수에게 물었다.

 

 "그 얘기 들었어요? 요즘 불쑥 불쑥 나타나서 거리극을 펼친다는 극단 얘기?"

 

 말을 꺼내고 연정은 자기 자신에게 놀랐다. 저도 모르게 자신의 음성이 약간 격앙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수는 대답했다.

 

 "응? 못 들었는데?"

 

 "그 극단이 요즘 강섬역에 왔다는데요."

 

 "극단 이름이 뭔데?"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성수는 잠깐 사레가 들린 듯, 콜록콜록하고는,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무슨 이름이 그래?"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그리고 연정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부터 성수가 은근히 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정은 마주 말을 놓지는 않았다.

 

 "꽤 알려진 극단이라는데요."

 

 "TV에 나왔어? 아님 신문에나?"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아니면 유튜브에서 조회수 천만이라도 찍었나?"

 

 "...그것도 아니고..."

 

 "그런데 어떻게 유명해."

 

 할 말이 없었다. 연정은 그냥 입을 다물고는 정면을 주시했다.

 

 차는 어느덧 연정의 집에 도착했다. 연정은 차에서 내려서, 성수에게 꾸벅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데려다 주셔서."

 

 "별 말씀을. 나중에 또 연락할게."

 

 하고, 성수는 연정에게 손인사했다. 연정이 차 문을 닫자, 차는 곧 다시 출발했다. 연정은 잠시 그 차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때? 저 남자?"

 

 어느 순간, 연정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연정은 스스로 대답했다.

 

 "'은 것 같기도'?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구나."

 

 "...그런가."

 

 "그런데 왜 만나."

 

 연정은 또 할 말이 없었다. 대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대답을 꺼내는 것은 왠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연정은 대답을 삼켰다.

 

 채워져야 할 것이 채워지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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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暗行)

20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10)

2020. 0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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