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암행(暗行)  

 17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7)

 

 

 

 술에 약한 연정은 500cc 한 잔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연정은 술자리의 분위기를 좋아했다. 펍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 친구가 연정에게 물었다.

 

 "연정아, 너 아직도 피시방 알바해?"

 

 연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친구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너, 취직은 안 할 거야?"

 

 연정은 사레에 들릴 뻔했다. 잠시 콜록거린 연정은 고개를 저으며,

 

 "콜록, 안 하는 게 아니고 못 하는 거지."

 

 하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때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불쑥 끼어들었다.

 

 "야, 그 얘기 들었어? 은향이 얘기?"

 

 "은향이가 왜?"

 

 연정이 물었다. 그 친구는 호들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은향이 걔, 이번에 결혼하잖아. 그런데 신랑이 잘 나가는 벤처기업 사장이래!"

 

 "어머, 그 여우같은 기집애."

 

 "그 커플 사귄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

 

 "왜 나한테는 청첩장 안 줘."

 

 "속도위반인가 봐!"

 

 좌중은 갑자기 떠들썩해졌다. 그리고 연정은 문득, 괜히 핸드폰을 확인했다. 새로 온 메시지는 없었다. 연정은 이상한 공허한 감정을 느꼈다. 이 감정을 뭐라 해야 할까?

 

 외로움? 그리움? 부러움? 시기? 질투?

 

 "There's a lady who's sure all that glitters is gold... (반짝이는 모든 것은 금이라고 믿던 여성이 있었지...)"

 

 펍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연정은 귀를 쫑긋했다. 제목은 모르지만 많이 들어본 노래였다. 

 

 "And she's buying a stairway to heaven... (그리고 그녀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믿었어...)"

 

 술자리가 파하고, 연정은 친구들과 헤어진 후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연정은 약간 비틀거렸다. 이런, 오백 한 잔도 다 안 마셨는데. 연정은 취기를 깨기 위해 머리를 휘저으며 지하철 역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개찰구 앞에서 교통카드를 꺼내들었을 때, 연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연정 씨. 어디예요?]

 

 연정은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까 느꼈던 그 이상한 공허한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대신 연정을 잠식해 들어간 감정은 혼란과 호기심과 두려움이었다. 연정은 답문을 보냈다. 그리고 잠시 개찰구 앞에서 서성였다. 다시 연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데리러 갈게요.]

 

 피시방에서 일하고 있으면 자꾸만 치근덕거리던 그 남자. 연정은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꾸 보다 보니 어느새 조금씩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정은, 그가 나름 잘 생겼고, 차도 있고, 돈도 꽤 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런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화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다.

 

 나는 그런 것에 끌리지는 않는다.

 

 연정은 지하철 역 계단을 다시 올랐다. 지하철 역 앞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번쩍번쩍한 차 한 대가 연정의 곁으로 다가왔다. 보조석의 창문이 열리고, 운전석에 있는 남자가 연정을 향해 말했다.

 

 "타세요, 연정 씨."

 

 연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차에 올랐다. 

 

 "술 냄새가 나는데."

 

 남자가 불쑥 말했고, 연정은 대답했다.

 

 "친구들이랑 한 잔 했어요."

 

 남자는 씩 웃으며 "네." 하고 대답했다. 연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저기...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그러자 남자는 다시 한 번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성수 씨' 라고 불러주세요."

 

 

 

 

 --

 암행(暗行)  

 17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7)

 2019. 12. 23.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

 재밌게 보셨다면 후원 부탁드립니다! 작은 후원은 큰 힘이 됩니다! :D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482-020765 최종원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