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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행(暗行)

  16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6)

 

 

 

  민수는 직원 휴게실에서 자빠져 있었다. 휴게실이라고 해 봤자 2평 남짓한 크기에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냄새 나는 퀴퀴한 곳이었다. 구석구석 뒹굴고 있는 빈 컵라면 용기와 젖은 종이컵들, 이불 하나를 들추면 나타나는 바퀴벌레들, 벽에 피어있는 곰팡이, 창문에 붙어있는 거미줄 등이 휴게실의 열악한 환경을 말해주고 있었다.

 

 문밖을 나가면, 온갖 비싼 양주들이 왔다갔다하는 별천지. 하지만 모든 빛나는 것이 그렇듯, 이면(異面)에는 그림자가 있다.

 

 민수는 잠시 연정을 생각했다. 이제는 잊어야하는 그녀다. 하지만, 민수는 그러지 말아야지 골백번 결심했으면서도, 핸드폰을 조작하여 연정이 보내준 시를 화면에 띄웠다.

 

 나는 연정이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골수에 사무치도록 알 것 같다.

 

 민수는 괜히 갑갑해져서, 직원 휴게실 문을 열고 나섰다. 카운터에서는 마담이 핸드폰으로 뭔가를 보고 있었다. 민수는 마담에게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다가가며 물었다.

 

 "뭐 봐요?"

 

 "어? 아냐."

 

 마담은 느긋한 동작으로 핸드폰 화면을 잠그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민수는 품 속에서 라이터를 꺼내 마담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마담은 담배 연기를 쭉 내뱉고는,

 

 "자기, 요즘 이상한 거 알지?"

 

 하고 운을 띄웠다. 민수는 약간 눈을 찔끔했지만, 표정에 변화가 없이,

 

 "뭐가요?"

 

 하고 반문했다. 마담은 싱긋 웃었다.

 

 "시침 떼기는. 내가 이 바닥에서 몇 년인데."

 

 "......"

 

 민수는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뒤적였다. 종이팩으로 되어 있는 민수의 담배갑에는, 담배가 없었다. 민수는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담뱃갑을 구겨버렸다. 마담이 자신의 담배를 민수에게 건네주었다. 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물었다.

 

 민수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자, 마담이 다시 말했다.

 

 "저번에 '그 새끼' 한테, 뭐 받았지?"

 

 '브이아이피'를 말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민수는 침묵했다. 긍정의 신호였다. 낌새를 눈치챈 마담이 답답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여기에는 별의별 종자들이 다 들락거려. 눈이 멀 것 같은 화려함 속에 온갖 추잡한 물건들이 냄새를 피우고 있지. 그런 역한 냄새는 맡아본 적이 없어."

 

 "......"

 

 "자기는 실장을 달긴 했지만 아직 젊어서 잘 몰라."

 

 "......"

 

 "인간만큼 정내미 떨어지는 것들도 없을거야."

 

 마담은 마치, 신세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민수는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호연 형님 뒷조사 좀 해달라고 하대요."

 

 하고 실토했다. 마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호연 형님이 뭔 잘못했나요?"

 

 "그거야 모르지."

 

 "......"

 

 "그런 걸 '사찰'이라고 해."

 

 "사찰..."

 

 뉴스에서만 듣던, '핵 사찰'이니 뭐니 하던 그 사찰을 말하는 거지? 그게 나한테 벌어진 일이라니...

 

 "얼마 받았어?"

 

 마담이 다시 물었고, 민수는 실토했다.

 

 "삼백만 원이요."

 

 "에게... 쪼잔한 것들..."

 

 마담의 반응에, 민수는 갑자기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민수는 자리를 뜨려고 대충 말을 던졌다.

 

 "냉장고 정리 좀 할게요."

 

 마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민수가 몸을 빙글 돌렸을 때, 마담이 갑작스럽게 말했고, 민수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하지만 민수는 내색하지 않으며, 고개만 돌려 "예?"하고 물었다. 마담은 민수를 마치 어린아이 보듯 빙긋 웃으며, 다시 말했다.

 

 "호호. 왜 나까지 사찰하냐고 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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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暗行)

16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6)

2019.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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