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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행(暗行)

 

 15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5)

 

 

 

 우진은 카메라를 들고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었다.

 

 제대 후, 그는 뜬금없이 고시원에서 살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어머니는 적잖이 놀란 눈치였지만, 또 무슨 작당을 꾸미겠거니 싶어 아들을 내버려두었다. 우진은 짐을 싸들고 집을 나가 어느 고시원에 둥지를 틀었고, 그곳에서 여러 인연들과 마주쳤다. 그리고 그 고시원에서 불이 났다.

 

 화재의 여파로, 우진은 두 달간 병원 신세를 졌다. 우진이 병원에 있는 동안 가장 많이 한 것은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간호사에게 타박을 들을 정도로 약간 지나치게 게임을 하던 우진은, 어느 날엔가에는 게임도 질렸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병원 곳곳을 사진 찍어 보았다.  

 

 퇴원 후, 그는 카메라를 하나 샀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정처없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정신이 산만해질 쯤에,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멍하니 들여다보면 어느새 의식이 명료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 기분이 좋아서, 카메라를 들고 골목골목을 누볐다.

 

 강섬역 근처의 어느 뒷골목에서, 그는 사진을 찍다가, 오래지 않은 인연을 우연히 발견했다.

 

 "지훈 형?"

 

 고시원에 있을 때 알게 된 형, '지훈' 형이 배달 가방을 메고 킥보드를 타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진은 기쁜 마음에 지훈을 불렀다.

 

 "형-!"

 

 지훈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느낌에 킥보드를 멈춰세웠다. 우진이었다. 지훈은 함박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아니, 어떻게 여기서 만나지?"

 

 "반가워요! 킥보드는 새로 샀어요?"

 

 "아, 네. 중고로 싸게 샀어요."

 

 "전에 것보다 좀... 구려보인당. 흐흐."

 

 "싼 거라."

 

 지훈이 우진과 같은 고시원에서 묵을 무렵, 고시원 화재로 지훈의 킥보드는 망가졌다. 그후 지훈은 다시 킥보드를 구입했다. 먹고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우진이 물었다.

 

 "지금 일 중?"

 

 "오늘은 이제 마무리하려고요. 집에 가는 중."

 

 "아하. 저녁이나 먹을래요?"

 

 "그럴까?"

 

 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려 할 때,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오, 노랫소리에는 진한 호소력이 배어 있었다. 우진과 지훈은 저도 모르게 귀를 쫑긋했다. 우진이 말했다.

 

 "어디서 버스킹하나 보네..."

 

 그러자 지훈이,

 

 "저기 가 볼래요? 잠깐."

 

 우진은 눈만 두어번 깜빡였고, 지훈은 앞장섰다. 그렇게 둘은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했다.

 

 "이런 곳에서 버스킹이라니. 여기가 홍대도 아니고."

 

 "뭐, 어때요."

 

 둘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 여인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약간 흘러내린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자기 몸집만한 기타를 메고, 담담히 열창하는 그녀를 보자, 우진은 저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지훈은 그런 우진을 보며 싱긋 웃었다. 우진이 물었다.

 

 "와. 노래 잘 한다..."

 

 "많이 늘었네요. 허허허."

 

 지훈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우진이 물었다.

 

 "아는 분이세요?"

 

 "네."

 

 "저 가수 분, 이름이 뭐예요?"

 

 우진의 질문을 받은 지훈은 자신의 더벅머리를 긁으며, 약간 난처하다는 기색을 표했지만, 솔직히 말했다.

 

 "'희영'입니다. '이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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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행(暗行)

  15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5)

  2019. 12. 16.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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