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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행(暗行) - 13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3)

 

 

 그 일대에 기이한 소문이 퍼진 것은 김실장이 어느 피씨방 아르바이트생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후 삼 개월이 지나서였다. 그 노래는 시내에 있는 어느 고공 농성장 근처에서 울려퍼졌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그녀는 노래를 부르면서 방긋방긋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엔 찰나마다 그늘이 교차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집만한 크기의 기타를 메고 세 곡을 불렀다. 

 소셜 미디어에서 그녀가 노래 부르는 영상이 퍼졌다.

 [대박 소름ㄷㄷ 강섬역에서 가창력 쩌는 누나] 

 “어? 근처네.”

 민수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민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녁은 드셨슴까?”

 민태가 출근하며 민수에게 인사를 했다. 민수는 “대충 먹었어.” 하고 고개를 끄덕인 후, 민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민태는 두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밖에 나가자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가게 뒷문으로 나온 둘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민태는 능글능글 웃으며 민수에게 말했다.

 “실장님, 그 얘기 들었슴까?”

 “뭐.”

 “요즘 여기 길바닥에서, 거, 뭐라더라? ‘하이킹’ 하는 여자?”

 “하이킹? 대중 교통 이용하면 되지, 시내에서 무슨 하이킹이야.”

 “아니, 아니, 아닌데. 그거 뭐라고 하죠? 길바닥에서 노래 부르는 거?”

 “...’버스킹’”

 “예, 예, 예, 그거요.”

 “그게 왜.”

 “아니, 웃기지 않습니까? 삐리삐리한 유흥 골목에서 ‘버스킹’ 이라뇨.”

 “안 웃긴데.”

 “...근데 이 여자가, 존나 노래를 잘 부른답니다.”

 “……”

 “제가 찍어왔는데-“

 민태는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을 민수에게 보여줬다. 민수는 핸드폰 화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민태는 그런 민수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 나도 한 때 존나 예술가였는데.”

 “……”

 “아, 나도 한때는 데이빗 핀처를 동경하고-“

 민수는 민태가 떠들게 놔둔 채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방금 소셜 미디어에서 본 그 여자였다. 왜 이 여자는 이 근처에서 알짱거리는 거지? 이 동네 사람인가? 그럴 수도 있겠지만, 민수는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점쳤다. 같은 서울 사람이어도 강남구에 사는 사람과 성북구에 사는 사람은 분위기가 다르다. 

 잠깐, 이 여자... 혹시?

 “실장님!”

 말단 직원 한 명이 민수를 부르며 달려왔다. 민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직원을 바라보았다. 직원은 파랗게 질린 얼굴을 손으로 빠르게 부비며,

 “브... 헉헉... 브이아이피(VIP)께서 오셨습니다!”

 민수는 벌떡 일어나서 가게로 들어갔다. 카운터에 있는 마담에게 “몇 번 방이예요?” 하고 물으니 마담이 “삼 번 방.” 하고 대답했다. 마담은 가늘고 긴 담배를 피우며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는데, 위스키를 든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민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삼 번 방으로 다가갔다. 

 노크하고, 들어섰다.

 “오셨습니까!”

 민수는 방긋방긋 웃으며 구김살 없는 태도로 인사했다. ‘그’는 신문을 읽고 있었다. 민수는 기립한 채, 기다렸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그’는 신문을 테이블 위로 던졌다.

 “용건이 있는데.”

 ‘그’가 입을 열자, 민수는 오금이 저리는 것을 참으며,

 “예. 말씀하십시오.”

 “여기 오는 사람들 중에, ‘이호연’이라고 있죠?”

 뜻밖의 이름이 거론되자 민수는 속으로 놀랐다. 민수는 땀에 젖은 손을 바지에 몰래 닦으며,

 “예. 있습니다. 그런데 온 지 삼 개월이 넘었습니다.” 

 “그 사람 연락처 있죠?”

 “예...”

 하고, ‘그’는 자신의 가죽 가방에서 작은 물건과 봉투 하나를 꺼냈다. 민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았다. ‘그’는 일어나서 민수에게 다가가, 물건과 봉투를 민수의 양복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갑니다.”

 그렇게 말을 툭 던지고 ‘그’는 나갔다. 

 민수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밀실의 조명이 번쩍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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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행(暗行)

 13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3)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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