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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행(暗行)

 12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2)




 당신이 생각하는 역사상 보컬리스트는 누구인가? 레드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 퀸의 프레디 머큐리, AC/DC 의 브라이언 존슨,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등의 이름이 줄줄이 떠오른다. 국내로 무대를 옮기면, 김광석, 조용필, 이선희 등의 전설들이 떠오른다.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인물들.

 하지만 만약 나에게 최고의 보컬리스트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조금은 생소한 이름을 답할 것이다...

 “김실장, 손님 왔다. 멍 때리냐?”

 민수는 벌떡 일어났다. 잠깐 감상에 잠겨 있었다. 민수는 눈가의 눈물을 재빠르게 훔치고, 사장에게 “예.” 하고 대답하며 카운터로 나갔다. 사장은 혀를 끌끌 차며, “3번 방이다.” 하고 말했다. 

 3번 방에 들어서니, 두 명의 퉁퉁한 남자가 쇼파에 등을 한껏 기대며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둘 다 똑같이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민수는 그 모습에 기시감을 느꼈다. 이런, 정신 차려. 민수는 고개를 살짝 흔들며, 그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들. 저희 가게 처음이신가요?”

 “어. 여기는 물이 어때?”

 두 남자 중 하나가 담배를 꼬나물며, 민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다른 남자는 가래침을 카악, 하고 모으더니 민수의 발치로 퉤, 하고 뱉었다. 늘상 있는 일이다. 민수는 기분을 전혀 내색하지 않으며,

 “어떤 스타일 원하십니까?”

 하고 생글생글 웃었다. 그러자 두 남자는 서로를 향해 기묘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사전에 뭔가 말을 맞춰놓은 게 있는 모양이다. 민수는 여전히 생글생글 싹싹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두 남자의 ‘주문’을 받은 후, 민수는 “그럼, 잠시 기다려 주십쇼, 형님들.” 하고 꾸벅 인사하고는 나가려 했다. 그러나 룸의 문을 여는 순간, 민수는 어깨 쪽에 격한 통증을 느꼈다. 곧이어 와장창, 하고 병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민수는 영문을 모르는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내 상황이 파악이 되었다.

 민수는 경악에 찬 눈으로 남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민수는 다시 꾸벅 인사하고, 나갔다. 어꺠가 욱씬거렸다. 손을 대보니 피도 약간 묻어나왔다. 윽, 하고 신음을 흘리며, 민수는 대기실에서 놀고 있는 직원을 불러 3번 방 바닥에 깨진 병을 치워달라고 부탁한 다음,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나왔다.

 비가 오고 있었다.

 민수는 지랄 맞은 날씨네, 하고 중얼거리며 담배를 한 대 물었다. 담배 연기를 빠르게 뻑뻑 내뿜고,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민수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민수는 지저분하게 쓰레기가 널부러져있는 어느 골목의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민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신호음이 울린 후,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나야.”

 “깔깔! 목소리 깔지 마, 오빠.”

 “…하하. 그랬나?”

 “...오빠, 무슨 일 있구나.”

 “…일은 뭐. 늘 그렇지.”

 “...그래. 왜 전화했어요, 오빠?”

 “……”

 “으음... 역시, 오빠가 나를 좋아하나? 깔깔!”

 민수의 손이 살짝 떨렸다. 빗줄기가 민수의 머리결을 타고 흘러내려, 턱에서 물방울로 맺혔다. 해야 해. 오늘 해야 해.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 그런데, 오늘 해야 해.

 민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최고의 보컬리스트의 노래 한 소절을 중얼거렸다. 

 “신비로운 너의 모습... 나에게는 사랑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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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행(暗行

 12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2)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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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많이 오고 있어요. 건강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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