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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행(暗行)

 

 11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1)

 

 

 

 “형님. 한 잔 받으십쇼.”

 실장은 그렇게 말하며 얼음이 담긴 컵에 발렌타인을 한 잔 따랐다. 호연은 다리를 꼬고 앉아 술잔을 받으며,

 “그런데... 그 아가씨는 안 나왔나요?”

 “누구 말씀이십니까, 형님?”

 호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실장은 말투며 행동이며 꾸밈이 너무 많았다. 호연은 당장 술잔을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미지’ 말이야요.”

 “…아.”

 실장은 넥타이를 고쳐 맸다. 호연은 인내심있게 기다렸다. 이윽고 실장이 대답했다.

 “요즘 아프답니다.”

 하고 대답했다. 호연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어디가?”

 하고 물었다. 실장은 갑자기 사레가 낀 듯, 콜록, 하고 기침을 한 후,

 “...갑상선이...”

 “진짜야?”

 실장은 호연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호연의 한 쪽 눈은 말똥말똥 맑았지만, 다른 한 쪽 눈은 마치 뱀처럼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사람의 눈이 저렇게까지 짝짝이일 수 있나? 실장은 술을 깨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본 호연의 눈은, 보통의 눈으로 돌아 와 있었다.

 “저도 한 대 피워도 되겠습니까, 형님?”

 실장이 물었고 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장은 담배를 입에 물고, 한 모금 쭉 피워 연기를 내뿜은 다음,

 “제가 형님 좋아하는 거 아시죠?”

 “……”

 실장은 담배를 입에 문 채 우롱차 캔을 딴 다음, 담배를 왼손으로 옮겨 쥐었다. 그리고 우롱차를 호연의 술잔에 탔다. 호연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실장은 다시 담배 연기를 내뿜은 다음,

 “미지는 죽었습니다.”

 호연은 담배를 질끈 깨물었다. 담배를 손으로 옮겨 쥐며, 호연은 자신의 손이 떨리는 걸 느꼈다. 발렌타인과 우롱차가 섞인 술잔을 들며, 호연은 물었다.

 “어떻게?”

 “……”

 실장은 넥타이를 고쳐 맸다. 그리고 담뱃재를 재떨이에 턴 다음,

 “제가 뭐가 좋아서 이 일을 하겠습니까. 저는 그냥... 돈 좀 번 다음, 노래 공부가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에 올릴 겁니다.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지 않습니까. ...그래서 말씀 드리는 겁니다.”

 “……”

 “이빨이 너무 뽑혀서 출혈이 너무 심해서 죽었습니다.”

 

 "......"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집니다. 형님."

 호연은 울고 싶었다. 하지만 뭔가가 그의 내면을 가로막았다. 호연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알겠습니다. 나가 보세요. 잠깐만. 아가씨는 부르지 마세요. 잠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알겠습니다. 형님. 천천히 생각해 보십쇼.”

 실장은 장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나갔다. 호연은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쇼파에 벌러덩 누웠다. 술기운이 벌써부터 올라왔다. 몽롱하고 어지러웠다. 누운 채로 호연은 담뱃갑을 뒤적였다. 담배를 입에 문 채 호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시궁창 같은 내면, 개똥딱지 같은 인생, 직장에선 부하들에게 나름 호쾌한 직장인, 휴일이면 룸살롱을 전전하는 위선자,

 호연은 담배에 불을 붙이기 위해 라이터를 찾았다. 하지만 라이터에 주머니는 없었다. 호연은 일어나서 테이블 위의 라이터를 찾아 불을 붙였다. 그리고 술잔을 들어 마셨다. 호연은 고통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오래 갔다. 호연은 눈을 지긋이 감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호연은 목이 떨리는 걸 느꼈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요?”

 “...누구? 아, 호연 아저씨? 아저씨 또 번호 바뀌었어요?”

 “일거리를 배당합니다.”

 “갑자기?”

 “...그런 거 좋아하잖아?”

 “좋아해서 하나? 왜요. 무슨 일인데요.”

 “...여자가 살해당했어.”

 수화기 너머 상대방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물 소리가 들렸다. 아마 세수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이 친구는 마시는 것도, 씻는 것도 워낙 좋아하니까. 호연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잠시 후, 수화기 너머 상대방이 말했다.

 “...룸살롱 여성이?”

 “...어떻게 알았지?”

 “아저씨가 관련 있는 여자가 룸살롱 여성밖에 더 있어요? 언제 어떻게 죽었는데요?”

 호연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리고 다시 술을 쭉 들이켰다. 독한 술이 호연의 빈 속을 파고들었다.

 사람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삶이 고통스럽기 때문이야.

 호연은 대답했다.

 “이빨이 뽑혀서 죽었어.”

 수화기 너머 상대방은 다시 침묵했다. 호연은 긴장하여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잠시 후 상대방은 쾌활하게 대답했다. 

 “용의선상이 좁혀지네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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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暗行)

11화 - 아가씨를 위한 장송곡 - (1)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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