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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마리오와 봄버맨 -

 

 

 

 "으이구, 속상해라. 그래 껨이 하고 싶어서 그걸 다 내버리고 왔니!"

 

 엄마는 나에게 혼을 내었어요. 나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자연 손이 머리 위로 올라가서는,

 

 "죄송해요..."

 

 하고 울먹울먹할 뿐이었어요. 이때 어린 나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돌아갔어요. 엄마가 나를 혼내었으니까 오늘은 떡볶이를 해 주시겠구나. 떡볶이 맛있는데... 나는 벌써 입 안에 군침이 돌았어요. 나는 울면서 침을 꼴깍 꼴깍 삼켰어요.

 

 "벌로 손 들고 서 있어!"

 

 나는 두 손을 번쩍 들었어요. 엄마는 한 번 더 한숨을 쉰 다음, 가스 불이 펄펄 끓고 있는 주방으로 달려갔어요. 반지하 집에 사는 처지에 엄마가 큰 맘 먹고 사 주신 트라이앵글과 탬버린과 캐스터네츠를 잃어버린 게 오늘의 저의 잘못이예요. 오늘 아침에 악기 가방에 트라이앵글과 탬버린과 캐스터네츠를 넣을 때는 기분이 좋았어요. 은빛 트라이앵글은 반짝 반짝 빛이 났고, 탬버린은 타타탓 하는 경쾌한 소리를 냈어요. 오늘 악기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갈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아침 햇살에서 빛이 났어요.

 

 음악 수업은 즐거웠어요. 선생님은 따뜻한 분이예요.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까르르 웃으며 교실을 나왔어요. 우리는 그냥 집에 갈 수 없었어요.

 

 우리는 반드시 구름사다리를 해야 했어요.

 

 나와 친구들은 책가방이며 신발 가방이며 악기 가방을 한 쪽 구석에 내팽개쳐 놓고, 구름사다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이건 요즘 너무 재밌는 놀이예요. 두 손으로 매달린 다음, 한 쪽 팔만 쭉 뻗어서 다음 사다리를 붙잡아요. 그렇게 한 칸씩 움직이면 돼요. 마치 내가 원숭이가 된 기분이예요. 우리는 막 매달려서 끼익 끼익 하면서 원숭이 흉내를 내었어요. 

 

 슬슬 팔이 저려오고 해가 질려 하고 배도 슬슬 고파오고 우리는 이제 집에 가기로 해요. 나는 그때쯤에는 새로운 놀이를 떠올리고 있어요. 나는 오락기가 너무 갖고 싶어서 엄마 아빠한테 사 달라고 칭얼칭얼댄 적이 있어요. 아빠는 다음 시험에서 백 점 맞으면 사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나는 초 1인데, 벌써부터 안경을 써요.

 

 나는 오락기를 갖고 싶어서, 안경을 닦아가며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100점을 맞았어요. 나는 100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아빠한테 쩍, 하고 내밀었어요. 나중에 아빠는 그랬대요. 진짜 백 점을 맞을 지는 몰랐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라, 우리는 반지하에 살면서 8비트 게임기를 하나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는 '슈퍼마리오'에 푹 빠졌어요.

 

 집에 가서 슈퍼마리오를 할 생각에, 나는 그 생각만 해서, 악기 가방을 그냥 거기다 내버리고 집에 온 거예요.

 

 집에 엄마 아빠는 없었어요. 나는 신나게 슈퍼마리오를 했어요. 

 

 방에 있던 동생이 눈을 비비며 제가 있는 거실로 나왔어요.

 

 "형아. 겜 해?"

 

 "너도 할래?"

 

 저는 좀 아쉬웠지만, 동생에게 조이스틱을 주었어요. 동생은 조그만 손으로 조이스틱을 쥐고 게임을 했어요. 동생은 아직 어려서 저보다 게임을 못 해요. 그래서 여기서는 이렇게, 요기서는 요렇게, 하고 옆에서 가르쳐주었어요. 

 

 그리고 엄마가 왔어요.

 

 "배 고프지?"

 

 엄마는 양 손 가득 장을 봐 왔어요. 엄마는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어요. 나는 씻을려고 화장실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몸을 씻고 나오니까, 엄마는 화가 나 있었어요.

 

 "너, 트라이앵글 어떻게 했어?"

 

 나는 우뚝 멈춰섰어요. 기억이 나질 않았어요. 그게 어딨지?

 

 엄마는 화가 잔뜩 났고, 나는 그제야 기억이 나서 구름사다리에 다녀 오겠다고 했어요. 헐레벌떡 뛰어서 구름사다리에 가 봤더니, 이럴 수가... 악기 가방이 없었어요. 나는 잔뜩 풀이 죽어서 집에 돌아 왔어요.

 

 이게, 내가 지금 손을 들고 서 있는 이유예요.

 

 "이제 됐어. 밥 먹어라."

 

 엄마가 이제 손을 그만 들고 있으라고 했어요. 나는 팔을 주무르며 살았다, 하고 한숨을 쉬었어요. 식탁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볶이가 있었어요. 동생이랑 나는 떡볶이를 먹고 방에 들어갔어요.

 

 떡볶이는 맛있었어요.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잠 들었어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현관에서 소리가 났어요. 아빠가 온 거예요. 하지만 동생이랑 나는 계속 잤어요. 그래서 아빠를 보러 나가지 않았어요. 문 밖에서 엄마 아빠가 두런두런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어서 와요. 응. 별 일 없었어? 응. 아, 피곤해. 

 

 나는 잠들었어요.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문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깼어요. 어어어, 하는 엄마의 다급한 소리. 아니지, 아니지, 거기서는 이렇게, 여기서는 요렇게, 아빠가 뭐라 가르쳐주는 소리. 어어어, 폭탄 터진다! 엄마의 엄청 다급한 목소리. 뭘까? 왜 무슨 일이지?

 

 나는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갔어요. 거실 시계는 새벽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어요.

 

 거실로 들어서니, 엄마와 아빠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어요.

 

 "왜 깼어?"

 

 "그냥..."

 

 나는 그때 처음 봤어요. 엄마와 아빠가 저렇게 머쓱해하는 표정을. 그러면서도 왠지 신나 보이는 표정을.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표정을.

 

 나는 나는, 그런 엄마와 아빠를 보며, 아주 아주, '의미심장하게'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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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마리오와 봄버맨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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