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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




 망루는 어느 날, 재밌는 강아지를 만났다고 했다. 그 녀석이 자기 먹을 것을 뺏어먹는 줄 알고, 망루는 녀석의 등을 살살할퀴었다고 한다. 등에 약간의상처가 생긴 녀석은 펄쩍펄쩍 뛰며 엄살을 부리면서, 망루에게 박박 대들었다고. 망루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며 슬그머니 웃었다.
 
  “그리고 삼촌, , 흥미로운 인간들을 발견했어.”
 
  내 조카는 이래 툭 던지듯 말을 마무리하고는, 그 길로 무리를 떠났다. 갑작스러웠지만 딱히 우리에게 정처(定處)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녀석을 전송하며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녀석은 무얼 바라 정진(精進)하는 것일까.
 
  조금씩 쌀쌀하여지는 초가을, 나는 햇볕을 알뜰히 쐬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죽이지는 마! 쪼그만 게 귀엽네.”
 
  “크크! 뭘 엿들으려고 온 거지?”
  
  저켠에서 한바탕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만 돌려 그쪽을 바라보니 코코와 샤넬이 무언가를 툭툭 치며 놀고 있었다. 나는 부스스 일어나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뭣들 허냐?”
 
  “. 이 녀석이 우리를 엿들으려고 온 거야.”
 
  샤넬이 그렇게 말하며 조그만 생명체를 건드렸다. ‘였다. 쥐 녀석은 겁에 질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순수한 공포가 엿보였다.
 
  “보내줘.”
 
  “?”
 
  코코가 무덤덤하게 물었지만 그 말 속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다. 나는 녀석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세하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나는 까닭을 들어 설명했다.
 
  “어차피 지금은 엿들을 것도 없잖아. 그리고 이 녀석은 아직 어려.”
 
  “어리다고 봐 주는 거야?”
 
  코코가 비웃듯 말했고 샤넬이 거들었다.
 
  “군자연(君子然)하는 건 여전하군.”
 
  “크크크... 이 녀석 때문에 우리는 산의 보금자리를 잃었어.”
 
  코코의 이 말은 우리가 산에서 나와 여기 폐가(廢家)에 터전을 잡은 후부터 들었던 말이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말이었다. 나는 녀석을 노려보며,
 
  “네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고 말했을텐데?”
 
  “아이고오. 무셔라.”
 
  코코는 엄살 부리듯 몸을 뒤틀었고 곧 녀석들은 낄낄 웃었다. 그 틈에 어린 쥐는 쏜살같이 도망쳤다. 하지만 이제 쥐는 녀석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녀석들은 곧 배를 잡고 웃어댔고, 나는 녀석들의 문제를 알고 있었다.
 
  녀석들은 지금 공허(空虛)하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누워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조금 있으면 우리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 무리가 온다. 그때까지는 누워 있을 생각이었다. 한 줌 햇볕은 늘 귀하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배고픔은 익숙하다. 먹을 것이 있던 없던, 나는 늘 배가 고팠다.
 
  조카 녀석이 걱정된다.

  () 소리가 났을 때는, 내가 조카 녀석의 걱정에 다소 지쳐서 숨을 헐떡일 무렵이었다. 저 소리는 먹을 것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내는 소리다. 우리 고양이 무리들은 삼삼오오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맛있는 냄새가 났다. 그들은 들고 온 바구니에서 먹을 것들을 펼쳐 놓았고, 우리는 곧 그것들을 먹기 시작했다. 나도 허겁지겁 입을 놀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깐,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나는 사람들 중에 하나를 쳐다봤다. 늘 오던 사람 중에 하나인데. 오늘은 느낌이 이상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미로를 쳐다보았다. 미로는 그저 먹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다. 녀석은 별 거 못 느꼈나? 내가 괜한 걸 느꼈나?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고개를 다시 쳐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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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8화
 2018.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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