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나는 앞장서 걸어갔다. 풀잎들은 우리의 몸을 간지럽히고, 길바닥은 울퉁불퉁하다. 하지만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울퉁불퉁한 길이 어쩌면 나에게 더 맞는다고. 발병 같은 것, 날 리가 없다.
“기분 좋아 보이네.”
“그래?”
저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은 망루 녀석이 동행한다는 것이다. 녀석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뒤를 졸졸 따라왔다. 내 생명선을 쥐고 있는 그는 그런 망루를 보며 웃었다.
그는 노래하고, 나는 ‘포효’하며, 우리는 정상에 다다랐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맑은 공기가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그는 가슴을 활짝 펴며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나는 다시 한 번 더 포효했다.
“난감하군.”
우리 중 유일하게 얼굴을 찌푸린 이는 망루 녀석뿐이었다. 하지만 그걸 탓할 수도 없었다. 눈 아래 펼쳐진 큰 짐승들의 대오(隊伍)는 누가 보더라도 난감했다. 게다가 그들은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기세가 오른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우리 보금자리로 밀고 들어올 것 같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가, 고개를 빠르게 흔들어 털어버렸다.
마침 비둘기 녀석이 날아왔다. 망루가 녀석에게 다가가 물었다.
“알아냈어?”
비둘기 녀석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의 표정이 생각보다 착잡했다. 더 참지 못한 나는 녀석을 재촉했다.
“빨리 말해 봐.”
녀석은 그러고도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윽고 입을 뗐다.
“일단, 그 들개들 있잖아. 그냥 어중이떠중이들은 아닌 것 같아. 무리의 우두머리 되는 녀석은 상당히 지도력이 있어 보여.”
“흐음...”
망루는 곰곰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나는 재차 물었다.
“그리고?”
“그 무리에게는, ‘미로’ 무리보다, 미로에게 협력하는 비둘기 무리들이 더 큰 위협이야. 그 무리들이 그 무리를 감시해서 그 무리에게 보고하거든.”
‘무리’가 너무 많이 나와서 조금 헷갈렸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았다. 녀석이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 미로가, 망루 너에게, 네 삼촌을 달라고 ‘부탁’한 이유는...”
“무리를 강화하기 위해서군. 싸움에 대비해서.”
“아니야.”
의외의 대답에 망루는 움찔했다. 덩달아 나도 움찔했다. 비둘기 녀석은 그런 우리를 보며 다소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늑대 신’이 네 삼촌을 찾고 있기 때문이야.”
“왜? 그리고 그렇다고 미로가 왜 삼촌을...”
망루는 빠르게 질문하다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망루의 눈빛이 곧 사납게 변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망루가 거칠게 중얼거렸다.
“삼촌을 제거하기 위해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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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6화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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