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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




  한 번 날이 밝고, 어두워졌다가
  두 번 날이 밝고, 어두워지고
  세 번 날이 밝고,
  서서히 어두워질 무렵,
 
  익숙한 배고픔이 다시 찾아왔다.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다행히 물은 마실 수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구석의 뭉특한 바위 끝으로 갔다.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목으로 꿀렁꿀렁 물이 넘어간다. 나의 생명수(生命水). 유랑 생활을 하니까 물이 귀하다는 것쯤은 물론 알고 있었다. 가물 무렵에는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풀잎에 맺힌 아침 이슬로 목을 축이기도 했다. 때로는 사람들이 버린 것들을 뒤적이며, 그 곳에서 진짜 물만을 찾은 적도 있었다. 사람들은 물에 요상한 것들을 많이 섞는 것 같았다.
 
  물 정도는 마음껏 마시고 싶어!
 
  누군가는 이런 불평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게. 어떤 인간이 너를 데려가서 같이 살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을텐데. 나는 그렇게 위로 아닌 위로를 할 뿐이었다. 그러면 녀석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그게 누구였지?
 
  이런. 점점 머리가 안 돌아가는 것 같아. 나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물배를 마저 채운 후, 햇볕이 간신히 들어오는 자리로 돌아 와 다시 웅크렸다. 한 줌 햇볕이 귀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나갈 수 있을까.
 
  조금 더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뛰어올라 보기로 했다. 계속 중간 지점에서 실패했다. 중간 지점부터는 발 디딜 곳이 적었고, 군데군데 미끄러웠다. 왜 미끄러운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 곳에서 나는 냄새는 꽤 익숙했다.
 
  “나가야지.”
 
  이제 나는 몸을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위쪽을 노려보았다. 해는 이제 완전히 진 것 같고, 바람은 세게 불어왔다. 나는 계속 위쪽을 노려보며 머릿속으로 경로를 정한 다음, 잠시 후, 도약의 첫 번째 단계- 뾰족한 바위를 향해 몸을 날렸다.
 
  바위에 닿자마자, 더 위쪽으로.
 
  그리고 다시, 몸을 잽싸게 돌려, 도약한다. 세 번째도, 성공. 그러나 네 번째 도약할 때, 나는 이제 중간 지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인다. 그리고, 다섯 번째 도약에서, 나는 여지없이 미끄러진다. 공중에서 몸을 돌려 착지한다.
 
  몸은 무사하다- 하지만, 절망감이 나를 휘감는다.
 
  잠시 후, 나는 누군가를 향해, 악을 쓰고 있었다. 물론 녀석은 지금 여기에 없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녀석에게, 나를 이곳에 빠뜨린 그 녀석에게 공연한 뒤끝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분노와 원망, 유치한 다짐 - 이곳에서 나가면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뼈를 잘근잘근 씹어먹겠다는 등이었다.
 
  “이런 식이었어”, 라고? , 이 새끼야, 새끼, 내가 한 쪽 눈을 왜 잃었는지 알아?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지쳐 나자빠졌다. 기운이 없었다. 너무 배가 고팠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도약을 시도할 의지도 사라지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죽는 건가 - 하는 절망적인 생각이 -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하지만-
 
  “무언가를 바라면, 이미 이루어졌다고 믿어.”
 
  하필 지금, 하늘이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이런 순진한 말이 어디 있담?
 
  나는 일어났다. 다시 도약할 심산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은 가빴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떻게든, 중간 지점만 돌파해보자. 그러면 어떻게든...
 
  “저기... 고마워요.”
 
  내가 도약하려다 멈춘 것은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나는 다리가 풀리며 도약도 하기 전에 나자빠졌다. 나는 소리가 난 곳으로 화들짝 돌아보았다. 언제부터 같이 있었던 거지?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답을 내릴 수 있었다. ‘였다. 쥐들은 자신들만의 작고 좁은 길이 있다. 나는 녀석을 다시 찬찬히 훑어보았다. 녀석은 아주 어렸다. 그리고 낯이 익었다. 나는 녀석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고맙다는 거지?”
 
  “아저씨 때문에 살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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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10화
 201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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