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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

 

 


  “... 당신은, 왜 현현(顯現)하였습니까.”
 
  나는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하려 애쓰며 물었다. 그녀는 나를 슥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 눈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그게 이치(理致)니까.”
 
  나는 입을 다물었다. 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감히 그녀의 눈을 다시 바라보겠다는 시도를 했다. 잠시 잠깐, 심연(深淵)을 들여다 본 나는 황급히 눈길을 거뒀다. 동시에 내 입이 제 멋대로 열리고 있었다. 후회할 걸 알면서도.

  “우리는 놈들을... 저 들개들을 쫓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
 
  나는 살면서 내 입이 방정맞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입이 내뱉은 말에 침묵했고 그건 그 자체로 공포였다. 온 몸이 하릴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다시다와 나는 서로에게 몸을 밀착하고 있었다. 부질없었다. 그녀를 닮은 들개들이 우리에게 서서히 다가왔고, 우리는 꼬리가 빠져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흥미롭군.”
 
  망루는 담담하게 감상을 말했지만 그 두 볼은 상기되어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그걸 탓할 수도 없었다. 나는 입을 쩍 벌리고 침까지 흘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크림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곰곰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나는 흘리던 침을 수습한 후 입을 뗐다.
 
  “들개들이라니. 결국 유기견을 말하는 거군?”
 
  “맞아.”
 
  망루가 대답했다. 그리고 크림이 바로 이어받았다.
 
  “‘지만, 개념이 너와는 생김새가 많이 달라.”
 
  “그래?”
 
  “그래. 생김새도 늑대 신을 많이 닮았어. 남쪽 바다근처에 그런 개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바다’?”
 
  나는 깜짝 놀라 반문했고 모두들 그런 나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비둘기 녀석이 물었다.
 
  “‘바다에 대해 알고 있어?”
 
  나는 더듬거리며,
 
  “, , , 아니, 본 적은 없어. 하지만...”
 
  모두들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꽤 부담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 입은 솔직하게 열렸다.
 
  “바다는, ‘거대한 강’...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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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5화
 201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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