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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



  시시한 생활. 하품이 날 정도로.

 
  따스한 햇볕을 쬐고 있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금 하품을 했다. 저 놈들은 유난히 미로의 곁을 좋아한다. 놈들은 가끔 미로에게 뭐라고 속닥였다. 뭐라고 하는 걸까. 대체. 미로는 기분 좋아 보인다.
 
  나는 한 번 더 하품을 한 후, 벌떡 일어났다. 온 몸을 부르르 떨어 기지개를 한 후, 몸을 돌렸다.
 
  “어디 가?”
 
  낮고 음침한 목소리가 나에게 물어왔다. 이게 맞는가. 내가 알던 미로의 목소리가.
 
  “‘정찰하러 가.”
 
  핑계다. 그렇게 대답하고 몸을 돌렸는데, 마침 미로의 곁에 있는 놈들이 하품을 했다. 부지불식간. 나도 모르게 놈들을 노려봤다.
 
  “다녀올게.”
 
  “조심하라고.”
 
  나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숲 속을 저벅저벅 걸어간다.
 
  한껏 불어오는 바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희롱한다. 나랑 놀고 싶다고? 나는 앞발을 가벼이 휘둘렀다. 바람은 내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온 몸을 휘감았다. 이게. 하지만 이 감각은 좋았다. 나는 한 번 더 앞발을 휘둘렀다가, 옆으로 괜히 나동그라졌다. 낙엽들이 내 몸에 부딪혔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이 감각도 좋았다.
 
  바람 같은...
 
  넘어진 모습 그대로,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가가 조금씩 경련을 일으키는 듯 했다. 나는 다시 하품을 했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왜 그랬지? 나는 귀를 쫑긋하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 그렇구나.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나는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왜 내 몸이 떨고 있지, 몸을 웅크리고, 무언가 튀어나올 것을 대비했다.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신경이 예민해진 건가.
 
  나는 몸의 긴장을 풀었다. 요즘 나는 너무... 뭔가 재미없어. 나는 다시 하품을 하며, 저벅저벅 걸어갔다.
 
  풀숲에서 튀어나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앞발을 휘둘렀고, 놈의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다. 놈이 비명을 지르며 저만치 나뒹굴었다. 나는 재차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낮췄다.
 
  “아야야... 장난이라고!”
 
  놈은 머리를 감싸며 신음을 흘렸다. 나는 그제서야 놈의 정체를 파악했다. 다시다였다. 다시 몸의 긴장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투덜거렸다.
 
  “갑자기 튀어나오면.”
 
  “장난 친 거라고!”
 
  녀석은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나는 미안하다는 의미로 앞발을 들었다. 다시다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작게 한숨을 쉬며,
 
  “너 요즘 무슨 고민 있어?”
 
  하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고민은 무슨.”
 
  “맨날 시큰둥하게 있거나, 아니면 뚱-해 있거나. 불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어. 그런 거.”
 
  그러자 다시다는 헤헤 웃었다.
 
  “거짓말!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호랑이다시다님이 해결...”
 
  다시다는 황급히 말을 멈췄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들었다. 다시다도 들은 것 같다.
 
  다시다가 몸을 잔뜩 움츠렸다. 녀석의 수염이 잘게 떨고 있었다. 녀석은 고갯짓을 하며 속삭였다.
 
  “이 쪽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 보려고?”
 
  “확인해 봐야 해. 위협이 될 수도 있어.”
 
  다시다는 소름이 끼친다는 듯 몸을 떨었다. 무서워하긴. 호랑이가. 나는 따라오려면 오고 말라면 말라는 식으로 몸을 돌렸다.
 
  조금 걸었을 때, 뒤에서 다시다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따라오는 모양이었다.
 
  “나는 호랑이다... 나는 호랑이다... 나는 호랑이다...”
 
  “좀 조용히 할래?”
 
  “나는 호랑이다...”
 
  “, -”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고, 다시다는 그런 나에게 부딪혔다. 녀석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왜 그래?”하고 물었다가, 내 시선을 따라갔다. 그리고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들개들이었다. 그건 별로 문제가 안 되었다. 산에서는 가끔 볼 수 있는, ‘버려진생물들이니까. 하지만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게 아니었다. 마치 어머니 같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들개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저 거대한 생물체, 아니, 저게 생물인가.
 
  늑대 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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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4화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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