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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천 냥 빚이 뭔지 알아?”
 
  나는 움찔했다. 사실 모른다. 나는 잘난 척하기 위해 들었던 고개를 내리고 귀를 늘어뜨리며,
 
  “...‘천 냥 빚이 뭐야?”
 
  라고 솔직히 물었다. 그러자 녀석은 날개를 푸드득거리며 웃었다.
 
  “푸웁하하하! 내가 가르쳐 주마.”
 
  “. 가르쳐 줘.”

  “. 있잖아, 세상엔, 날개가 없을 뿐이지 우리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이 있어.”
 
  “그게 누군데?”
 
  “‘친구들 말야.”
 
  나는 반색했다.
 
  “! 나도 알고 있는 친구 있어.”
 
  “네가? 의외인 걸.”
 
  “어쩌다 알게 됐어. 그런데?”
 
  “그래. 친구들은 있잖아? 먹을 것을 바로 먹지 않고 잘 모아두는 습성이 있어.”
 
  “신기한 걸. 왜 그런 짓을 하지?”
 
  “나중에 먹으려고.”
 
  “오오...”
 
  “놀랍지? ‘천 냥 빚은 그런 것과 유사한 거야.”
 
  “...?”
 
  “.”
 
  “......”
 
  뭐야? 더 모르겠잖아. 잠시 후 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녀석을 쏘아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녀석은 괜히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구구-’ 하고 울었고 역시 난 똑똑한 것 같아.’라고 들렸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Xide OII Izir Kedoros-!”
 
  “시작하나보다!”
 
  우리는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날아갔다. 그 곳에는 역시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멀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았고 녀석은 어느 나무 위로 올라간 것 같았다.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서로 말을 나누었다. 그리고 물론, 사람들 사이에는, 서너 마리의 큰 짐승들도 배회하고 있었다.
 
  잠시 후,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일이 시작되었다.
 
  사람들 앞에 나타난 세 사람은 오늘도 사람들이 을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여러 번 봤지만 볼 때마다 신기한 일이었다. 고양이 친구들처럼 그림자로 집어삼키지 않아도, 그 세 사람 때문에 큰 짐승들이 서서히 물러나 흩어지는 광경은.
 
  천 냥 빚을 갚는 일이 끝나고, 사람들이 그제서야 손을 마구 부딪쳤다. 그 소리는 엄청나게 크고 요란했다. 저건 좋은 의미다.
 
  “잘 봤나?”
 
  어느새 크림 녀석이 다가와서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멋져.”
 
  “가끔 있지. 멋진 인간들도.”
 
  나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했다가, 벌떡 일어나, 녀석을 향해 몸을 돌리며 물었다.
 
  “그래서, ‘미로가 뭐래?”
 
  녀석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코를 씰룩이고는,

  “‘근처에 머물 것이다. 부탁을 들어줄 때까지.’”
 
  “......”
 
  “...라고 했어.”
 
  나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뭐라고 한 마디 하려 했다. 그러나 나는 말할 기회를 놓쳤다. 위대하신 미로님에게 부탁을 받는 당사자가 마침 나타났기 때문이다. 나와 크림은 동시에 녀석을 쳐다보았고, 녀석은 느릿느릿 걸어오면서 중얼거렸다.
 
  “여전히 고집이 황소 같은녀석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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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2화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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