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망루 녀석은 그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탓할 수도 없었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니까.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는 싸움을 중단한 채, 저, '황소'가, 콧김을 푸르릉거리며 발굽을 구르고 있는 걸, 그저 보고만 있었다.
큰 짐승들은 겁쟁이였다.
저 거대 생물체가 내뿜는 위압감에 큰 짐승들은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물론 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큰 짐승들이 저렇게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황소'의 위용이 짐작이 간다.
망루는 갑자기, 퍼뜩 정신이 들었는지, 간지 삼촌을 돌아보며 물었다.
"삼촌, 이제 우리 뭘 해야 해?"
"......"
"...삼촌?"
"...멋지군."
"......"
간지 삼촌은 여느 동물 및 사람들보다, 더욱 순수한 모습으로, 조금 나쁘게 말하자면, 가장 얼빠진 모습으로 '황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표정이 풍부한 고양이도 드물 거다.
우리가 이렇게 감탄과 경외의 시간에 휩싸여 있는 동안, 인간들이 몰고 다니는 네 발 달린 괴물 하나가 왔다.
아까 높은 곳에서 떨어진 그 검은 딱딱한 사람이, 사람들에게 둘러쌓인 채 그 괴물 안으로 실려 들어갔다.
조용히 이루어진 일이었다.
우리는 입을 앙다문 채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는 자연스럽게 시선이 위로 올라갔다. 어떤 고양이가 그 네 발 달린 괴물 위에 올라가 있었다. 망루는,
"...어?"
하고 놀라더니,
"...다시다?"
하고 그 고양이를 불렀다. 그 고양이가 대답했다.
"오랜만이야."
저게 '다시다'군. 그런데 왜 저기 있지? 망루는 녀석을 향해 다시 물었다.
"왜 혼자 있지?"
"...쫓겨났어."
"왜지?"
"나중에 설명할게. 그보다-"
'다시다'는 말을 멈추고는, 입으로 뭔가를 물어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문 채 훌쩍 뛰어내려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녀석이 다가올수록 나는 경악했다. 망루 녀석을 흘깃 돌아보니, 녀석도 조금 놀란 듯 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시다 녀석이 물고 있는 것은, 처음 보는 비둘기 녀석이었다.
다시다는 비둘기를 땅에 내려놓고는,
"이 녀석을 잘 묻어 줘."
하고 말했다. 망루는 눈을 두어번 깜빡인 후,
"왜 이 녀석을 죽였어?"
"이 녀석은... 미로 무리에게 소식을 알려주는 비둘기 무리 중 한 마리야. 이 곳 소식이 미로에게 닿기 전에, 제거해야 했어."
"......"
"...하지만 한 마리는 놓쳤어."
"그렇다면..."
"그래. 이제 미로 무리가 이 곳으로 올 거야."
—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22화
2019.03.04.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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