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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

 가없는 싸움이 계속된다.

 나는 어쩔 줄을 모른 채 사람들이 밀쳐내고 밀어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곳곳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주저앉아 울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검은 딱딱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긴 막대기를 휘두르며 저항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뜨거운 물을 뿌렸고, 어떤 사람은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모두가 똑똑히 들으라는 듯, 고래고래 외쳤다.

 내 몸이 휙 밀쳐졌다.

 그 딱딱한 물체가 내가 있던 곳에 팍, 하고 꽂혔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계속 멍하니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에 뒤늦은 소름이 끼쳐왔다. 나를 구한 망루가 나를 보며 말했다.

 "조심해. 저게 '방패'야."

 저걸 '방패'라고 부르는구나.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망루는 설명을 이어갔다.

 "'방패'는 내 이름과 비슷한 의미야. 하지만 인간들은 저걸 다른 의미로 쓰지."

 '방패'와 '망루'가 비슷한 의미라고?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저길 봐."

 나는 망루가 가리킨 곳을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우리의 고독한 영웅, 간지 삼촌이 큰 짐승과 싸우고 있었다. 삼촌은 큰 짐승을 노려보며 꼬리를 잔뜩 곧추세웠다.

 삼촌의 등 뒤에서, 뭔가가 아른거리는 듯 싶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큰 짐승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저게 '집어삼킨다'는 건가? 나는 감탄했지만 삼촌은 이어 다른 '사냥감'을 찾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동물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삼촌의 등뼈에 새겨져 가는...

 "너너는는버버림림받받았았어어......"

 뭐지? 등 뒤에서 나는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갔다.

 "버버림림받받아아마마땅땅하하니니까까."

 ㅁ ㅜ ㅓ 라고? 어? ㄴ내ㄱ ㅏ왜?

 "으으으하하하하하하!"

 우... ㅇ ㅜㅅ지마... 그렇게ㅔㅔㅔㅔㅔ 우

 살ㄹ려 줘

 나ㅏㅏㅏㄴ ㅏ

왜 나를 버렸어요?

......

나의 주인. 왜 나를 버렸어요?

......

정말 나를 버린 거예요?

......

 그렇구나.

 나는 버림 받은 거였구나.

 사고로 주인을 잃어버린 게 아니었어.

 그래. 생각해 보니 그래.

 우리 주인도 그...

 '귀신 종이' 에 씌였던 거야.

 그래서 나를 버린 거였어.

 그래. 맞아.

나는 결심했다. 조만간 어느 양지 바른 곳을 찾아, 앞발로 땅의 구덩이를 파고, 그 곳에 내 얼굴을 묻겠노라고.

그러면 내가 죽는 걸 아무도 보지 못하겠지.

 

안녕... 모두들.

정신 차려. 똥개 녀석아.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죽는다고? 아니, 지금 이건 누가 말한 거지? 누가 나보고 정신 차리라고 했...

 그리고 나는 어이없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어떤 동물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저, 저 동물이 나한테 말을 걸었나? 알 수 없었다. 문제는, 그 동물이 달려오는 모습이 정말... 무서우리만치 우직했던 것이다. 원래 순박했을 눈망울에는 날카로운 고집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저 동물의 머리 위에 달려 있는 저것은...

 아, 저게 바로, '뿔'?

 나는 망루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고양이의 뿔' 이야기를 했었지? 고양이에게 뿔 같은 건 없었어. 하지만 저건 진짜 '뿔' 이잖아? 와! 저게 '뿔'이구나! 나는 갑자기 유쾌해져서, 하하, 웃었다. 그리고 망루 녀석도 유쾌했는지, 활짝 웃으며 외쳤다.

 "저게 바로, '황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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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21화

2019.03.08.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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