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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

 

 마주 서 있던 진형(陳形)은, 한 순간 무너졌다.

 검은 딱딱한 사람들 중에, 꽤 높은 곳에 올라서서 어떤 물체를 눈에 가져다 대며 빛을 번쩍이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넘어진 게 시작이었다. 우당탕 하는 큰 소리가 났다.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곧 여기저기서 다급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하얀 털을 걸친 어떤 사람들이 후다닥 뛰어와서 그 사람 곁에 쪼그리고 앉았다. 웅성거림은 우리 쪽 사람들에게까지 퍼져나갔다.

 "사람이 다쳤어."

 망루가 중얼거렸다.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망루를 돌아보았다.

 "Koin Nu Hajar!"

 사태를 파악한 듯, 우리 쪽 사람 누군가가 외쳤다.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사람의 얼굴은... 침통했다. 나는 저런 표정을 본 적이 있다. 언젠가 내가 곤경에 빠졌을 때, 나를 도와 준 조그만 친구는 저런 표정을 지었었다. 저건 남의 일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침통한 분위기가 너나 할 것 없이 좌중을 뒤덮고, 다급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멍하게 바라보던 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쓰러진 사람의 몸에서

 무엇인가 빠져나가는 것을.

 그 하얀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을.

 나는 망루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망루는 나를 보았다. 나는 망루의 눈망울이 글썽이는 것을 보았다. 망루도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마치 마음 속에서 먼지들이 잔뜩 부유하고 있는 것 같은, 이 혼란스러운 순간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검은 딱딱한 사람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갑자기 고함을 지른 것이다. '명령'인 것 같았다. 그러자 검은 딱딱한 사람들이 당혹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손에 들고 있던 딱딱한 네모난 물체를 꽉 쥐어 들었다. 동시에 허리는 약간 굽어졌다. 저건... 저건, 싸우는 자세다. 우리 쪽 사람들이 당황해서 뭐라고 중얼거렸다.

 검은 딱딱한 사람들이, 우리 쪽 사람들을 향해 돌격했다.

 "우리를 쫓아낼 생각이야!"

 망루가 다급하게 외쳤다. 검은 딱딱한 사람들은 그 딱딱한 물체로 우리 쪽 사람들을 밀쳐 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우리 쪽 사람들은 고함을 지르며 극렬하게 저항했고, 욕설로 보이는 말들을 내뱉었다. 그러자 검은 딱딱한 사람들은 더욱 위압적으로 밀어붙였다.

 이 혼란 속으로, 아까부터 몰려오던 먹구름이 스며들었다.

 시계(視界)가 갑자기 부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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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20화

2019.03.05.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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