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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

 

 "그래서 어떻게 됐어?"

 "전투가 벌어졌지만, 당황한 고양이들은 들개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어. 고양이들은 혼비백산하여 서로 모여들었어. 미로는 뜨악한 표정이었지. 고양이들은 미로만 바라봤는데, 미로 녀석은, 급기야 도망치려고 등을 보였어. 그리고 녀석이 등을 보이는 순간 나는 꼭지가 돌아버린 거야. 나는 발톱을 세우고 녀석에게 달려들어서, 녀석의 등을 할퀴었어. 녀석이 비명을 질렀어. 하지만 나도 곧 비명을 질렀어.

 그 인간 있잖아. 그 인간이 내 배를 걷어찬 거야.

 나는 저만치 나가 떨어졌어. 이 인간, 정체가 뭐지? 미로는 고통으로 신음하면서도 다시 나를 향해 몸을 돌리며,

 '너를 진작에 쫓아내야 했어...'

 하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주억거렸어. 나 역시 고통으로 신음하면서 반문했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지?'

 '...너는...'

 미로는 말을 멈추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네가 이들을 이렇게 만든 거야.'

 '내가?'

 '네가 우리를 망쳤어! 평화롭게, 잘 살고 있던 우리를 망쳤다고!'

 고양이들은 애원하는 듯한 표정으로, 또는 원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어. 천둥이 한 번 더 쳤어. 들개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고 그들은 몸을 돌렸어. 더 이상의 공격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 같아. 그리고 나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가누려 애썼어.

 고양이들의 눈빛이 한 번 더 눈에 들어왔어.

 나는 비틀거리며, 나도 모르게 몸을 돌렸고, 그 순간 몸이 들렸어. 그 인간이 내 꼬리를 낚아챈 거야. 나는 사납게 발버둥쳤지만 어느새,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났어. 미로가 나에게 달려드는 바람에 꼬리가 끊어진 거야. 나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고, 돌아가던 들개들이 화들짝 놀라서 나에게 돌아왔어. 하지만 고양이들은 일사불란하게 도망치기 시작했어.

 그리고 나는 허우적거리며 이동했어. 누구든... 인간이라도 좋으니까,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야. 그렇게 기다시피 움직여서, 이 곳 보금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행운이었어. 그래서 상처를 보살핌 받을 수 있었어.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 어쩌면 이건 늑대 신의 가호였을까..."

 긴 이야기를 마친 간지 삼촌은 여러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나와 망루는 숙연한 기분으로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망루의 눈이 잠깐, 영롱하게 빛났다. 나는 그런 망루의 얼굴에 나의 얼굴을 부빈 다음, 간지 삼촌에게 물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간지 삼촌이 고양이 무리를 망쳤다고?"

 간지 삼촌은 약간 놀란 듯 움찔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런 죄책감이 가끔 물밀 듯 올라오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

 "그러면 어떻게?"

 "내가 그들을 망친 게 아니라, 그런 그들에게... 이렇게 생각하면 나에게 편한 결론을 내리는 것 같아 괴롭지만... 그런 그들에게, 나는 '불'이었다고."

 망루는 움찔했다. 간지 삼촌은 그런 망루를 보며,

 "하늘이 그랬거든. 나는 '불'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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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17화

2019.02.15.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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