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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

 

 '생명선'을 차고, 세 번째로 오르는 산이었다.

 그와 나는 좁은 산길을 헉헉거리며 올라갔다. 그는 다소 수척해져 있었다. 마음이 피로한 게 분명했다. 잘 모르겠으나, 그의 상황이, 그리고 우리 보금자리의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산 위에 올라서니 우리 보금자리가 한 눈에 보였다. 지금 우리 보금자리에서는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 세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오늘도 열심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 세 사람을 지켜보다가, 뻣뻣한 몸이 열리는 게 보인다. 그 열린 틈 사이로 큰 짐승들은 하나 둘 기어나왔다. 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눈을 돌려, 큰 짐승들이 잔뜩 포진된 건너편을 보면, 마치 그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오늘도 큰 짐승들은 우리 보금자리를 침탈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지 않다. 누군가는 한없이 편하고, 누군가는 한없이 불편하다. 경직되어 있는 움직임들이 하나 둘 재빠르게 이동한다.

 큰 짐승들이 움직인다.

 "Uhr?"

 내 생명선을 쥐고 있는 그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나도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긴 머리털을 거칠게 헤집었고,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나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요...? 그런 나를 보는 그의 눈에도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이윽고 그는 빠르게 말했다.

 "Rdiz!"

 하고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달렸다. 무슨 말인지 이해한 나도 그를 따라 달렸다.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큰 짐승들이 우리 보금자리로 밀려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달리다가 그는 한 번 넘어졌고, 나는 두 번 나동그라졌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우리는 달렸다. 보금자리로 돌아오자 사람들이 우리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외쳤고 사람들이 웅성웅성 동요했다. 나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어떤 사람이 다가 와 나를 다독여주었다. 나는 힘을 내서, 망루가 있는 곳으로 갔다. 망루가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챈 듯 나를 발견하자마자 뛰어나왔다.

 "무슨 일이야? 설마?"

 "맞아, 헉헉. 큰 짐승들이, 오고 있어!"

 "이렇게 갑작스러운...!"

 망루는 채 말을 맺지 못하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자신의 삼촌에게 가는 게 분명했다. 나는 녀석을 따라 달렸다. 가는 도중 어디선가 비둘기 녀석이 나에게 날아왔다.

 "큰 짐승이지?"

 "응!"

 비둘기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어디론가 날아갔다. 이 사실을 다른 녀석들에게 전파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저 쪽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었다.

 --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18화

 20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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