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 7화 -

(2막 완결)

 

 

 

 이야기는 여기까지였다.

 

 밤은 으슥하게 찾아왔다. 이야기를 마친 녀석은 다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풀벌레 노랫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귀를 쫑긋거리며 노래를 들어보았다. 무슨 노래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행복해 보이는 노래였다. 나는 잠잠하게 말했다.

 

 “‘큰 짐승이란 정말 무서운 거구나.”

 

 “.”

 

 “어디서 온 걸까?”

 

 “모르지. 세상엔 모르는 일 투성이인 걸.”

 

 그리고 녀석은 몸을 조금 부르르 떨고는,

 

 “그 후 내 스스로를 단련시키면서 강해지려 노력했지만, 아직도 그때의 공포를 잊을 수 없어.”

 

 녀석의 눈가에도 별빛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녀석은 마치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는 듯이 눈을 몇 번 깜박였다. 나는 빙긋 웃으며 물었다.

 

 “그 후엔 어떻게 됐어?”

 

 녀석은 눈을 부비며,

 

 “우리가 멋지게 싸운 게 소문이 났나 봐. 근처의 떠돌이들 몇 마리가 우리에게 합류했어. 아마 그게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한동안은 평화로웠어.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 일?”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지만, 멀리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사람들이 다소 급한 걸음걸이로 모여들고 있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쪽으로 달려갔다.

 

 사람들은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분위기가 무겁지만은 않았다. 이들은 대화 도중에 서로를 격려하는 듯 어깨를 툭툭 치기도 하고 방긋 웃기도 했다. 하지만 착잡한 표정이 스쳐 지나가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몸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서 이들의 눈치를 살피던 녀석이 갑자기 나에게 제안했다.

 

 “한 바퀴 돌아보고 오지 않겠어?”

 

 “? ?”

 

 녀석은 대답하지 않고, 다소 겁을 먹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제서야 그 이유를 좀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보금자리 주변의 공터나 풀숲 사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조금 긴장이 되었다.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나한테도 보일까?”

 

 “그럴 수도 있고... 지금은 모르겠어. 그냥 지금은, ...?”

 

 말을 이상하게 마무리한 녀석은 정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왜 그래? 나도 녀석의 시선을 따라갔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안절부절 못하며 계속 두리번거렸다. 잠시 후, 녀석이 입을 뗐다.

 

 “돌아가자.”

 

 “그래!”

 

 우리는 허겁지겁 달려서 사람들에게로 돌아갔다. 왔다. ‘그 놈들이 온 것이다. 녀석의 온 몸이 뻣뻣하게 곤두서 있었다. 저 멀리 사람들이 보였다. 이들에게도 올빼미 같은 친구가 있는 걸까? 아마 무언가 소식을 들은 모양인 듯, 사람들의 표정에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엉겨 붙었다. 무서웠다.

 

 우리를 달래는 사람들의 손길을 느끼며, 우리도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몇몇은 잠을 자고, 몇몇은 경계했다. 경계하던 이들은 가끔 도란도란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자던 이들이 눈을 부비고 일어나서 그들과 교대했다. 그러면 경계하던 이들은 보금자리로 들어가서 피로한 신음을 흘리며 누웠다. 어느새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나는 중간중간 꿈벅꿈벅 졸기도 했지만, 철저히 경계했다.

 

 긴장의 밤은 흐르고...

 

 저 멀리 하늘이 푸르스름해졌다. 그제서야 사람들의 표정에 안도감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꼬리를 마구 흔들며 다시 사람들에게 엉겨 붙었다. 그러면서 나는 녀석을 잠깐 살펴보았다. 녀석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고 표정에도 피로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늘 깔끔했던 녀석의 얼굴이 꽤 부스스했을 정도였다.

 

 잠시 후, 따뜻하고 촉촉한 냄새가 풍겨왔다.

 

 사람들이 서로 먹을 것을 나누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녀석과 나는 그들에게서 먹을 것을 받고, 행복한 식사 시간에 빠져들었다. 나는 먹을 것을 다 먹고 나서 녀석에게 물었다.

 

 “‘노동의 대가라고 했지?”

 

 녀석이 입가를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걸 안 주면, 인간들과 있을 필요가 없어.”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다시다... 그 고양이 녀석의 만병통치약 이야기를 듣고 난 후로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다시다 녀석은 자신에게 만병통치약을 준 미로 녀석을 전적으로 믿고 최선을 다 했다. 최선을 다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다시다에게 만병통치약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누군가에게서, 그의 소중한 것을 앗아가는 것은... 얼마나 나쁜 일인가.

 

 나도 겁을 먹어서는 안 돼.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푸르스름한 하늘이 걷히고, 동이 트고 있었다.

 

 

 

 

 

 

-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II 부 끝 -

 

- 20186월 초순부터 쓰기 시작 ~ 2018630일 완결 -

 

-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