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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

 

 "-나는 조용히 녀석들을 따라갔어. 앞장 서 가는 일곱 마리의 고양이들과 그 뒤를 따르는 정체 불명의 인간. 기묘한 모습이었지.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상했던 점은, 녀석들 사이에 다시다가 없었던 거야. 녀석은 어디 있지? 알 길이 없었어.

 한참을 걷던 녀석들은, 어느 지점에서 우뚝 멈춰 섰어. 녀석들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있었지만, 나는 녀석들 사이에서 아주 미세하게, 동요하는 분위기를 읽었어.

 

 

 '어떻게 된 거야?'

 샤넬이 앙칼진 목소리로 모두에게 물었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어. 미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 화를 참는 것 같았어. 샤넬은 날카로운 눈으로 무리를 쏘아보았고, 결국 어떤 갈색 고양이가 나섰지.

 '그 지저분한 날짐승 말에 의하면 여기가 맞는데...'

 '그런데 왜 저 녀석밖에 없어!'

 샤넬은 그 갈색 고양이를 죽일 듯이 몰아세웠고, 나는 샤넬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어.

 그 곳에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는, 어떤 들개가 있었어.

 그 들개 녀석은 편한 자세로 아무렇게나 주저 앉은 채, 개념이가 꼬리를 흔들듯이 평안하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지. 코는 우뚝하고 눈매는 깊으면서도, 어딘가 교활한 면모도 엿보였어. 멋지군. 나는 속으로 감탄했지. 그 들개 녀석이 말했어.

 '오니라 고생 많았네.'

 저런 말투는 처음 들어보는 걸? 나는 계속 호기심이 동해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지. 고양이 무리의 동요는 조금 더 심해졌고, 안 되겠다 싶었는지 샤넬이 나섰어.

 '나머지 녀석들은 어디 있지?'

 샤넬이 으르렁거리며 물었지만 그 들개 녀석은 대답하지 않고는, 그래, 맞아,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알이, 알이랑, 쓰리, 쓰리랑...

 알아리가 낳았네...'

 아주 느린 노래였고, 동시에 어딘가 슬펐어. 고양이 무리에서는 차마 억누르지 못한 동요가 새어 나왔어. 샤넬도 다급함을 느꼈는지,

 '무슨 장난질을!'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그 들개 녀석은 그저 태연하게,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엔 수심도 많소-'

 

 

 하고 노래를 부를 뿐이었어. 샤넬은 부글부글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어.

 '저 녀석을 공격해!

 그러자 고양이 무리가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이윽고 몸을 곧추세우고 발톱을 세웠어. 녀석들이 다 덤벼들면 저 들개 녀석은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어. 하지만 녀석은 노래를 계속했고, 무리에서 어떤 삼색 고양이가 분노의 괴성을 지르며 튀어나갔어.

 '잠깐.'

 그 고양이를 제지시킨 건, 미로였어. 샤넬이 퍼뜩 미로를 바라보며,

 

 

 '왜... 왜?'

 하고 물었어. 그러자 미로는,

'아무래도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 돌아가자.'

 하고는, 몸을 휙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어. 고양이 무리는 잠시 갈팡질팡했지만, 어쩔 수 없이 미로를 따라갔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고, 결국 예상했던 싸움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속으로 탄복하고 있었어. 나는 '그 들개 녀석'을 흘깃 바라보았지. 그리고 나는 녀석이 남몰래 한숨을 쉬는 것을 놓치지 않았어.

 나는 다시 고양이 무리를 쫓아갔어. 그리고 인간도 다시 고양이 무리를 따라 내려갔지. 밤을 가득 채웠던 살기(살기)와는 다르게, 이제는 이들의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졌어. 어쨌든 싸움은 지나갔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어.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가 쉴수 있는 거지. 나는 이 이름 모를 몇몇 고양이들의 표정에서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어. 나는 어떻게든 크림에게만 내 존재를 알릴 계획이었어.

 그리고 내 계획은 멋지게 실패했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고양이들은 갑자기 펄쩍 뛰었고, 순식간에 나를 포위했어. 나는 너무 놀라서 그대로 얼어붙었어. 그런 나를 보며, 미로는 씩 웃었지.

 '이젠 '쥐새끼' 흉내도 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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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15화

2019.01.27.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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