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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

 

"녀석들은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어. 나는 온 몸을 꼿꼿이 세우고 사방을 두리번거렸지. 하지만 녀석들의 수가 너무 많아서, 내 한 눈으로는 다 담을 수가 없었어. 나는 어지러움을 느끼고 비틀거렸어. 미로가 그런 나를 보며,

'도망가야지? 도망치는 게 특기잖아.'

하고 이죽거렸어. 나는 대답할 겨를이 없었어. 미로가 말을 이어갔어.

'누구든 저 녀석의 꼬리를 잘라오는 녀석에게, 상을 주겠다.'

그러자 녀석들이 더욱 쉭쉭 소리를 내기 시작했어. 일은 단단히 났다. 욕망과 경쟁의 목표물이 되어서는 여기서 살아남을 수 없다. 어떡하지? 이럴 때는 어떻게 하지? 나는 입술을 깨물었어.

- 왜 우리는 이렇게 죽어가는 거지?

- ......

- 마치 저 하늘이... 우리를 죽이려 드는 것 같아.

- 하늘은 절대 우리를 죽이지 않아.

하필 이럴 때, 또 하늘과 했던 대화가 생각이 난다. '하늘'은 절대 우리를 죽이지 않는다고? 어떻게 끝내 그렇게 순진할 수 있담?

나는 눈을 감았어.

때로는 아무 것도 안 보는 것도 좋아. 단지 하늘만 생각하자.

녀석들의 발자국 소리가 점차 또렷이 들려왔어. 그리고 당장이라도 덤벼들 것처럼, 앙칼지게 갸르릉거리는 소리... 하지만 누가 먼저 덤비지는 못한 채, 입맛만 꿀꺽 다시는 소리. 음? 천둥 소리. 아직도 멀리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노랫소리.

갑자기 새들이 우수수 날아갔어.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게 떼까치들이라는 걸 알았어. 모두가 깜짝 놀라서 떼까치들을 쳐다봤다는 것도. 떼까치들은 소리를 지르며 우리 머리 위를 도는 것 같았어. 그리고는, 사라졌어.

"뭐해? 공격해!"

잠깐 어안이 벙벙해진 녀석들에게, 샤넬이 괴성을 지르며 명령했어. 녀석들은 움찔했지만, 쉽게 발이 떨어지지는 않는 눈치였어. 그리고,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다가오는 이 소리가.

나는 눈을 떴어. 미로는 내 생각보다 훨씬 당황하고 있었어. 나는 웃었어. 통쾌한 모습이었거든. 사방에서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들개들을 보면 누구라도 당황하겠지만 말이야.

'어, 언제부터...?'

샤넬은 당황해서 말을 제대로 맺지도 못했어. 들개들 중 한 녀석이 대답했어.

'매복(埋伏)이 기 맥히게 통했구먼.'

천둥이 치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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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16화

2019.02.05.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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