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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

 

 

 "내 '친구'들은- 녀석들이 어디로 보금자리를 옮겼는지 알아냈어. 그래, 맞아, 너희가 아는 대로, 지금 여기 근처야. 나는 그 곳으로 이동했지. 해와 달이 몇 번 뜨고 지는 동안, 몰래 녀석들의 주위를 맴돌다가, 드디어 기회를 잡았어. 코코 녀석이 잠시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 거야. 나는 풀숲을 헤치며 녀석에게 조용히 다가갔어. 녀석은 어떤 작은 벌레를 괴롭히느라 내가 다가가는 것을 모르고 있었어. 풀들이 내 몸에 부딪히며 스스스 하고 소리를 냈지만 바람이 불고 있어서 소리를 가려주었어. 나는 눕는 풀보다 낮게 엎드렸어. 그리고 코코 녀석을 뒤에서 덮친 다음- 흠씬 두들겨 줬지. 이제 딴 생각 못하겠지.

 '나를 등 떠미는 일 말이야. 혹시 미로 녀석이 사주했나?'

 나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띄며 물었어. 녀석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나를 비웃으며,

 '하! 너 같이 제멋대로인 녀석은 말해 줘도 이해 못 해.'

 '무슨 말이지?'

 '나는 내 자유 의지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야. 나는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녀석을 제거하려 했을 뿐이라고. 알아?'

 '내가 왜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는 거지?'

 그러자 녀석은, 나를 사납게 노려보며,

 '너는... 별종(別種)이야. '돌연변이'야. 돌연변이가 뭔지 알아?'

 '......'

 '너 같은 건 태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어. 알겠어?'

 '......'

 '기분 나빠.'

 녀석은 끝까지 나에게 악담을 퍼부었지만, 나는 더 이상 녀석을 두들겨 줄 의지를 잃었어. 입에서 내뱉는 거친 말과 달리, 나는 녀석의 눈빛이... 애처로워 보인다고 생각했어. 이런 상황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는 역시... 뭔가 이상한 건가?

 그리고 또 몇 번의 해와 달이 뜨고 진 후, 나는 나의 올빼미 친구에게 코코 녀석의 소식을 들었어. 녀석은 무리를 떠나 홀연히 사라졌다고. 녀석은 주위의 녀석들에게, '조금 떠돌아다니고 싶다'- 는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남겼대.

 '늑대 신'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 것도 그 즈음이었어. 그 '유랑 들개들'은 원래 각자 떠돌고 있던 녀석들이었어. 그런데 그 중 한 녀석이 꽤 멋진 녀석이었나 봐. 그 녀석은 자신처럼 떠돌고 있던 녀석을 발견하자 잘 대해줬어. 때로는 자신이 먹을 것을 포기해가며 양보했고, 다른 녀석들도 합류했어. 녀석은 그렇게 신임을 얻어갔어.

 그래, 맞아. 녀석도 꽤 배가 고팠을 거야. 나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을 느껴.

 들개 무리와 미로 무리는 산에서 가끔 충돌했어. 가벼운 싸움 정도였지. 하지만 우리의 미로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봐. 미로 무리는 밤에 들개들이 잠들었을 때, 급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어. 그리고 나의 쥐 '친구'는 위험천만한 움직임 끝에 이 소식을 입수했고, 나에게 알려줬지.

 나는 미로 무리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경로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지. 미로 무리를 조용히 뒤따라가서, 들개들의 보금자리가 나타나면 들개들을 깨울 생각이었어.

 바람은 차가워지고, 풀잎에는 밤이슬이 맺혔어.

 달이 서쪽으로 약간 기울었을 무렵, 드디어 녀석들이 나타났어. 녀석들은 발소리를 최대한 죽여가며 다가오고 있었지만 녀석들이 풍기는 적의(敵意)까지 숨기진 못했지. 어두운 곳에서, 오직 녀석들의 눈만 사납게 빛나고 있었어. 나는 침을 꿀꺽 삼켰어.

 하지만 잠시 후에는 더욱 당황해야 했어... 왜냐하면-

 녀석들의 뒤를 따라, 어떤 인간이 나타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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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14

2019.01.20.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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