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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

 

 

 

 “그래서 우리를 염탐하려 왔다가, 발각됐는데 내가 끼어든 것이다?”

 

 “네...”

 

 “끔찍하군...”

 

 이렇게 어린 녀석은 조금 더 보호 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을 정도로 쥐 무리들의 사정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건 정말, 너무하잖아.”

 

 나는 한 번 더, 내뱉듯 중얼거렸다. 고양이 무리의 실권자(實權者)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고양이들뿐 아니라 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지금 쥐들은 고양이 무리가 돌아가는 꼴이 자신들에게 위협적인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 쥐 무리의 우두머리는 누구지? 나는 문득 궁금했으나 곧 더 큰 문제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세계는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하는.

 

 “나를 도와줄 수 있나?”

 

 그러자 녀석은 나를 흘깃 보며,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여기서 나가는 거요?”

 

 “그래.”

 

 “제가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하는 녀석의 말은 담담했다. 녀석의 말이 당연한 사실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실망했다. 그리고 내 입은 그냥 스르륵 열렸다. 부끄럽게도, 하소연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저 위로 나가려고, 계속 도약했는데 말이야... 저기, 저기 보여? 그래. 저기부터 자꾸 실패한단 말야. 유난히 미끄럽다고.”

 

 “......”

 

 “어떡하면 좋지?”

 

 나는 물론 녀석이 무슨 명쾌한 해답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내심 기대했다. 그리고 그런 내 자신을 발견하자 한 번 더 부끄러운 감정이 일었다. 아니, 아니야. 지금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면 안 돼. 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녀석이 씩 웃었다.

 

 나는 깜짝 놀라 녀석을 쳐다보며,

 

 “왜 웃지?”

 

 “아저씨가 웃겨서요.”

 

 “...왜 내가 웃기지?”

 

 “옛날이야기 같은 거죠? 그러니까... 아저씨는 지금 절망에 빠져 있고, 당장 죽을 것 같고, 그때 기막힌 우연처럼 등장한, 어떤 녀석이 아저씨에게 용기를 북돋고, 할 수 있다고, 노력하면 된다고. 그래서 용기를 얻은 아저씨가 결국 저길 뛰어넘고.”

 

 “......”

 

 “요약하면, 저기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가 떨어지면 죽을 것 같고, 그러니까 용기가 필요해, 뭐 그런 거죠?”

 

 “......”

 

 “미끄럽다는 건 그냥 핑계고.”

 

 “......”

 

 “맞구나. 으응, 그러면 어떻게 하면 용기를 줄 수 있징...”

 

 “...핑계 아냐.”

 

 “응?”

 

 “진짜로, 미끄러워.”

 

 “......”

 

 “......”

 

 잠시 후, 나는 아무렇게나 주저앉은 다음 아무 말 없이 쉬고 있었다. 녀석은 내가 바라는 것을 주지는 못했지만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기 위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난 후, 녀석은 먹을 것을 입 속에 넣어 가지고 왔다.

 

 “너희의 우두머리는 누구지?”

 

 나는 녀석이 준 것을 먹다가,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겨 녀석에게 질문했다. 녀석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그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봤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일 수도 있다. 나는 미안하다는 의미로 앞발을 들며,

 

 “음. 대답하지 않아도 돼.”

 

 라고 얼버무렸다. 녀석의 눈이 나의 앞발을 따라갔다가, 다시 나의 얼굴로 돌아왔다가, 녀석의 입이 열렸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응?”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데 성공한 최초의 쥐-”

 

 “세상에 그런 쥐가 있다고?”

 

 나는 입을 쩍 벌렸다. 녀석은 그런 나를 보며 까르르 웃더니,

 

 “그냥 비유일거에요. 그만큼 용감하고 똑똑한 쥐라는 말이겠죠?”

 

 

 

 

 

 --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11화

 2018.12.24.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메리 크리스마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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