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 13화 -

 

 

 

 "올라가요?"

 그 물체에 한 발을 딛은 채 엉거주춤 있는 나에게, 녀석이 물었다. 나도 잘 모르겠는걸. 나는 발 밑을 노려보며 심각하게 고민했다. 아니, 고민하는 척 했다. 사실 지금 머릿속이 하얘져서 뭘 어떻게 고민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뜻밖의 일이 계속되는 나날들이야. 원래 이랬던가?

 "나중에 다시 보자."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런 나에게 잠깐 놀란 후, 녀석에게 눈인사하고, 뒷발로 땅을 박차 올랐다. 그 물체를 타고 올라가자니 뒤에서 녀석이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알았어요, 조심해요-" 나는 그 말을 마음 한 켠에 담아두며, 단숨에 정상까지 뛰어올랐다.

 지하(地下)의 삶도 나쁘지 않았어-

 죽을 뻔 했지만.

 나는 '그 사람'의 위치를 흘깃 확인한 후, 그와 약간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 그는 나를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해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만, 인간은 늘 예상 밖이다. 나는 그에게서 몸을 돌려, 보금자리가 있는 폐가의, 반대쪽으로 달렸다. 몸을 숨기기 좋은 숲 쪽이다. 어차피 지금은 돌아갈 수 없으니까. 곧 숲에 도착했고, 맑고 청량한 공기가 내 폐부로 퍼져나갔다. 이건 무척 상쾌했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계속 달리며 혼잣말했다.

 "나왔는데 갈 데가 없네."

 

 나는 갈 데가 없었지만 나를 찾아오는 녀석은 있었다. 녀석은 그 부리부리한 눈망울을 굴리며 오랜만에 만난 소회(所懷)를 내뱉었다.

 "더 야위었네."

 "이런 저런 일들이 있어서."

 그러자 녀석은 날개를 빠르게 부비면서 몸을 훅 부풀어올렸다. 이건 분노한다는 뜻이다. 녀석은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후, 나에게 다시 물었다.

 "얼마 전에 어떤 인간들과 너희들간에 싸움이 있었다. 아나?"

 "들었어. '친구'한테."

 "그렇군. 몇몇 인간들이 너희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서 접근한 후, 한 마리씩 포획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리를 포획해서 뭘 할려고 그런 거지?"

 "먹겠지."

 녀석이 워낙 담담하게 대답했기 때문에 충격은 뒤늦게 찾아왔다. 인간들이, 우리 고양이들을 먹는다고? 녀석은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부연 설명했다.

 "몸에 좋다면, 뭐든 먹지 않나."

 "......"

 녀석은 내가 충격에서 회복되기를 잠시 기다린 후,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행히, 포획된 고양이는 없었다. 너희 중엔 유능한 고양이가 있지. 이름이 '크림'이었던가."

 "맞아."

 "하지만 문제는 싸움 후에 일어났다."

 "아아. 그게 그거군."

 "이것도 들었나?"

 

 

 "대충은."

 내 대답을 들은 녀석은 다시 한 번 몸을 부풀렸다. 이건 분노였지만, 그 다음 녀석은 '오오오오오-"하고 울었다. 그렇게 감정을 표현한 녀석은, 말을 끝맺었다.

 "그래. 지금 몇몇 고양이들은 너를 비난하고 있다. 싸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3막 13화

2019.01.05.

낮아짐 이야기제작소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