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 6화 -

 

 

 

"빌런(villain)?"

 

"아니야."

 

"웃기게 생겼네."

 

"...추워."

 

"말 걸어 봐."

 

"싫어. 짜증 나."

 

"빌런이야."

 

"아오, 집착 쩌네. 네가 빌런 같다."

 

녀석들은 나를 둘러싸고 한 마디씩 지껄이고 있었다. 녀석들이 꽤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내 몸이 그다지 긴장하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눈을 가볍게 떴다. 숲을 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또 나가도 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열매들을 조금 발견했지만 먹어도 되는지 확신할 수 없었고, 덕분에 나는 상당히 굶주린 상태에서 거의 기절하듯 잠들었던 모양이다.

 

시간(時間)이 얼마나 지났을꼬...

 

나는 몸을 부스스 털며 일어났다.

 

"안녕, 친구(親舊)들아."

 

"......"

 

녀석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총 네 마리였다. 네 마리였구나. 아마 이 녀석들이 다인 것 같다.

 

네 녀석이었구나.

 

나는 사실 배고픔과 고통 속에서도, 약간은 막연하고 대책없이 네 녀석들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녀석들의 눈을 보았다. 제멋대로 자라난 털이 눈을 상당 부분 가리고 있었지만.

 

"너, '고양이'냐?"

 

한 녀석, 아마 녀석들의 우두머리쯤 되어 보이는 녀석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끄덕였다. 그러자 녀석들 사이에서, 놀라움과 약간의 혐오감이 뒤섞인 눈빛을 보내왔다.

 

"태어나서 고양이 처음 봤어."

 

"나도."

 

"거봐, 내가 빌런이랬잖아."

 

저 친구는 아까부터 처음 듣는 말을 하는데, 빌... 뭐? 발음도 어렵네. 나는 그외에도 묻고 싶은 것들을 몇 가지 떠올렸지만 가장 궁금한 것부터 질문했다.

 

"왜 나를 습격하지 않았지?"

 

"?"

 

"으응?"

 

"왜 우리가 너를 습격해야 하지?"

 

엉뚱한 질문을 하니까 엉뚱한 답이 나온다. 나는 녀석들이 얼마 전에 사람을 습격하여 숨지게 한 놈들이라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배고프지 않았어?"

 

"'참나'. 배고프다고 아무 거나 먹나? 너도 안 그랬잖아?"

 

우두머리 녀석은 이제 꽤 경계심을 푼 모양이다. 말이 꽤 순해졌다. 나는 '참나'가 뭔지 묻고 싶었지만, 역시 더 중요한 것을 질문해야 했다. 별로 하고 싶은 질문은 아니었지만-

 

"너희는 배고파서 어떤 사람을..."

 

말을 끝맺지 못했다. 끔찍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녀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우두머리 녀석이 대답했다.

 

"아니야."

 

"...아니야?"

 

"그래, 아니야."

 

"그럼 왜?"

 

녀석이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그래, 미안하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군.

 

녀석이 대답했다.

 

"그 인간 녀석이- 이씨, 우리 경계(境界)를 침범했기 때문이야!"

 

차분하게 시작한 녀석의 말은 끝에서 사나워졌다. 그러자 다른 세 녀석들도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나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이봐. 알았어. 진정해."

 

하고 대답했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거의 필사적으로 생각을 정리한 다음,

 

"그럼... 지금 여기는... 너희들 경계 밖인 것이군?"

 

조심스럽게 말하고 반응을 살폈다. 다행히 녀석들의 눈이 상당히 누그러졌다.

 

"똘똘한데."

 

아이쿠, 말 잘 했다. 머리를 굴린 보람이 있군.

 

"그럼 왜 여기 왔어? 무리 산책이라도 나선 건가?"

 

나는 한결 여유있게 물었다. 우두머리 녀석도 여유있게 대답했다.

 

"그렇게 한가할 리가. 경계를 확장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

 

"저기, 저 녀석 보이지?"

 

나는 녀석의 고갯짓을 따라 한 녀석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 홀몸이 아니다."

 

나는 흠칫했다. 옛날 생각이 나서만은 아니다.

 

"셋, 뭐라고 아무 말이나 지껄여 봐."

 

셋이라. 이름이 '셋'인가.

 

'셋'이 나섰다.

 

"안녕. 방금 '하나'가 말한 대로다."

 

"안녕."

 

"나는... 새끼들을 뱄다."

 

"...힘들겠군."

 

"괜찮아. 다들 잘 보살펴주니까."

 

그래. 그런데 녀석의 눈은 상당히 독특하다. 이건... 선(善)도 아니고, 악(惡)도 아닌...

 

"너, 내 눈을 봤지?"

 

나는 또 흠칫했다. '셋'은 싱긋 웃으며,

 

"눈을 볼 줄 알다니, 마음에 든다."

 

"미천한 수준이다만..."

 

"후훗. 조금 더 지껄여볼까? 너는... 인기(引氣)가 있군."

 

"인기?"

 

"그래. 만유인력(萬有引力)이지마는, 간혹 상당한 힘을 가진 개체가 있다."

 

이 녀석도 상당히 박학다식하군.

 

"흠."

 

"야, 고양아, 셋의 능력은 그것만이 아냐."

 

이때 다른 녀석이 툭 끼어들었다. 녀석의 이름은...

 

"나는 '둘'이다. 뭐, 중요하진 않고, 있잖아, 셋은, 열기(熱氣)와 냉기(冷氣) 그리고 온기(溫氣)와 한기(寒氣)를- '볼' 수 있다."

 

"아!"

 

그래서 내가 녀석의 눈에서 아무 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구나. 이런 종류의 눈은 처음 본 것이다.

 

"그럼, 저 녀석의 이름은... '넷'이겠군?"

 

나는 조용히 있던 한 녀석을 향해 고갯짓했다. 녀석들은 모두 끄덕였다. 그리고 왜인지 넷 녀석은 다소 기가 죽은 듯, 조용히, 약간은 어눌하게 중얼거렸다.

 

"빌런..."

 

하고 중얼거렸다.

 

"아오, 빌런 타령 좀 그만해."

 

하나 녀석, 우두머리가 타박했지만,

 

"...세상엔 많은 빌런들이 있다... 거대괴수(巨大怪獸), 귀신(鬼神), 요괴(妖怪)... 기타 등등..."

 

"......"

 

"...내가 카테고리(category)로 나눠 정리했다..."

 

"...네가 큰 짐승[巨大怪獸] 같다."

 

하나 녀석이 다시 타박했다. 어쨌든 저 '빌런'이란 말이 무슨 말인지 약간 유추가 된다.

 

"자, 이제 수다는 그만 떨고, 우리 보금자리로 갈까?"

 

하나 녀석이 무리에게 말했고 모두는 동의의 눈짓을 보냈다. 다만 약간은 주저주저하며,

 

"저 고양이는?"

 

"뭐 어째. 내버려 둬."

 

"야, 고양아. 같이 갈래?"

 

"그만 둬."

 

"나는 녀석이 따뜻한데."

 

셋 녀석이 툭, 말했다.

 

"요새 좀 추웠단 말야."

 

"흠..."

 

그러자 우두머리는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삼촌-."

 

녀석들이 수다를 떠는 사이 누군가가 나를 불렀고, 반사적으로 몸을 튕길 뻔한 걸 겨우 참아냈다. 나는 황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야, 여기."

 

가까스로 한 나무꽃을 발견했다. 나는 목을 확 젖혀야 했다.

 

"뭐지?"

 

"우리 closed-circuit tele-vision에 이상한 게 잡혔어."

 

이봐. 어려워. 하지만 나무꽃잎녀석(들)은 아랑곳않고 차분하게, 내 머릿속에 뭔가를 주입했다. 잠시 후, 나는 온 몸을 꼿꼿하게 세웠다. "당황하지 마. 영상(映像)이야." 들개 녀석들이 놀란 듯, "고양아, 왜 그래." 하고 물었다. 그리고 나는 약간은 '홀린 듯' 대답했다.

 

"...이봐들. 지금 너희들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마."

 

"...왜지?"

 

"위험..."

 

녀석들은 갸우뚱하다는 반응과 약간의 가소롭다는 반응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무꽃잎녀석(들)이 다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봤지?"

 

"봤어."

 

그 다음, 녀석(들)은 굉장히 빠르게 말해서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뭐고 할 여지가 없을 정도였다.

 

"사람0을1죽인110것1에1식인(食人)1누명0까지1씌10워서00포획10010할10생각1이야1"

 

"...그렇... 포획...한 후에는 어쩔..."

 

"우리1첩보110001에1의1하면10녀석1들1은1포획10010당한11후000죽는10것1만01으로1끝1나지010않을1가능성1이1높아1001001"

 

 

 

 

 

- 7화에 계속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