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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

 

 

 

"인기(引氣)!"

 

"뭐?"

 

"나에게 인기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어?"

 

나의 외침에 셋 녀석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곧 녀석은 알아차렸다.

 

"그래! 너는 '끌어당기는 힘'이 다른 개체보다 세다!"

 

"저 귀신들을 나에게로 끌어당기게 할 수 있나, 내가?"

 

"뭐?"

 

셋 녀석은 당황하여 입만 쩍, 벌릴 뿐이었다. 그 사이, 넷 녀석의 사지(四肢)는 더 늘어나고 있었다. 나는 개의 육체가 저 정도로 당겨질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넷 녀석의 아가리는 쭉 당겨져서 혀까지 빼꼼 내밀었다.

 

그리고 나는... '소리'를 들었다.

 

"이... 세치... 혀까지... 뿌리 뽑아... 주마..."

 

웅얼웅얼, 낮게 깔리는 소리. 귀를 쫑긋해야 겨우 들을 수 있었지만.

 

 

 

 

"열매를 먹는 것은 대체로 문제가 안 돼. 열매는 씨앗에게 '보험' 같은 거라서."

 

"예? 예."

 

"땅에 떨어져 썩을 것들이고, 또, 썩어야 하지."

 

"흐음."

 

"하지만 씨앗을 먹는 것은 문제가 되지."

 

"예... 예? 아니, 씨앗을 먹는 것들도 있습니까?"

 

"있지. 간혹 씨앗까지 통째로 삼키는 녀석들이 있는데, 그 경우에는 괜찮아. 훌륭한 거름과 함께 다시 나오거든. 녀석들이 비록 무지(無知)하다 하더라도 그 순박한 무지는 오히려 활력이 되지.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무지하다고 할 수 없어. 굉장히 지혜롭지."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이치네요."

 

"그래. 하지만 씨앗을- 씨나락을 까먹는 녀석들이 있어. 간지, 그렇게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지 말게. 정말 있다니까?"

 

"아니, 별로 맛도 없... 물론 저도 먹어보진 않았습니다만. 딱 봐도 맛이 없을 게 분명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굉장히 딱딱합니다. 이건 전혀 그럴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그 지점에서 쾌감을 느끼는 거야."

 

"...아이고."

 

"기왕 이 독거노수(獨居老獸)에게 말 상대를 하러 왔으니 조금 더 떠들어 볼까. 인간들 중에는 '어부(魚夫)'라는 자들이 있네. 혹시 아나?"

 

"음, 그들, '곰' 같은 자들 아닙니까? 물고기 잡아 먹는."

 

"맞네. 그들은 열심히 물고기를 낚지. ...'미끼'라는 말도 들어봤지?" 뭐 어쨌든, 그런 그들에게도 나름의 규칙이 하나 있는데, 어린 물고기들은 놓아줄 것. 그리고 알을 밴 물고기들도 놓아줄 것. 낚는 과정에서 이미 죽은 경우를 제외하곤."

 

"누가 그런 규칙을 정한 겁니까?"

 

"자연법(自然法)이네. 지금은 어찌들 하나 잘 모르겠지만."

 

"흐음. 역시 어려워..."

 

"다시 씨나락 얘기로 돌아가 볼까. 자네,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나?"

 

"상상도 하기 싫은데, 들었을 리가요. 어떻습니까?"

 

"...글쎄? 들은 적 있을 걸?"

 

"제가요?"

 

 

 

 

"그건 나도 몰라! 네가 그럴 수 있는지 어쩐지! 그걸 내가 어-"

 

"된다고 해!"

 

나는 발악하듯 외쳤다. 그러자 셋 녀석은 완전히 어안이 벙벙해졌고 하나와 둘은 이제 낑낑거리며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셋 녀석은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나는 말했다.

 

"침착하자... 말해 줘. 나에게서 '보이는' 그 기(氣)를."

 

셋 녀석은 그 순박한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천천히 열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

 

"......"

 

나는 절망적인 심정이 되었다. "사-------- 살려 줘... 왜 나를 버리나..." 넷 녀석의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왔을 때, 우리는 그게 죽음의 한가운데에서 가까스로 정신의 씨앗을 붙잡은 한 녀석의 최후의 절규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한 쪽 눈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셋 녀석은 그런 나를 보고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힘겹게 말했다.

 

"이렇게 '보자'. 냉기(冷氣)의 반대말은 열기(熱氣)야, 온기(溫氣)야?"

 

"뭐?"

 

"한기(寒氣)의 반대말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내가 결국 다시 외쳤고, 셋 녀석도 목이 터져라 외쳤다.

 

"바보야! 겨울의 반대말은 봄이야, 여름이야!"

 

"여름!

 

하나 녀석과 둘 녀석이 외쳤다. 셋 녀석은 미약하게 한숨을 쉬었지만,

 

"당기는 것의 반대말은!"

 

"뭐?"

 

"당기는 것의 반대말은 뭐야!"

 

"민다!"

 

이번에도 하나 녀석과 둘 녀석이 외쳤다. 그리고 나는

 

귀신들 틈바구니로 뛰어들었다

 

어부들이 쓰는 '미끼'가 된 심정,

오,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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