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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오버워치 (overwatch)

 

- 1화 -

 

 

 

"지난 '새벽'... 약숫물을 뜨러 갔던 어떤 사람이,

우리 있는 뒷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그이의 몸에 난 상처를, 토대로 그가 인근에서 서식 중인,

들개들에게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

 

"이상, 비'듈'기 리포터(reporter) 였습니다!"

 

"...리, 뭐?"

 

"리포터!"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동네 꼬마'가 내 등에 폴짝 올라타고서는,

 

"영어(英語)예요, '삼촌'."

 

하고 귀띔했다. 나는 고개를 돌리려 애썼다. 하지만 녀석은 너무 작아서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녀석의 보드라운 배와 꼼지락거리는 발의 감촉만을 느끼며, 나는 물었다.

 

"영어?"

 

"응. 꽃잎들이 쓰는 말이야."

 

"꽃잎들은 희한한 말을 쓰네, 그려."

 

"요즘 태어난 꽃잎들은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비'듈'기 리포터에 감사한 다음, 우리 주인들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은 약간 너른 바위에 걸터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 한 사람은 이른바 '수컷[수것] - 남자(男子)'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암컷[암것] - 여자(女子)이다. 간혹 주위를 둘러보고, '손'의 땀을 닦는 모습을 취하긴 했지만, 대체로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들의 곁에는 그들이 '리포터'를 할 때 쓰는 곁가지들이 있었다. 나는 그 중 한 사람의 어깨 위에 있는 새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 '앵무새 - 흉내지빠귀'라는 것을 안 것도 나의 박학다식한 작은 친구 때문이었다. 저것은 동물의 말도 하고 사람의 말도 한다.

 

"만약에 이 곳에 늑대신 아줌마가 있었다면, 들개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없었을 거야."

 

이런 식이다.

 

나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지금 이 말은 녀석의 오롯한 주장은 아니다. 녀석은 지금 나의 이 작은 친구, '동네 꼬마'가 언젠가 했던 말을 흉내내고 있는 것이다. 흉내는 진짜 기깔나게 낸다. 나는 언젠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이 동네 꼬마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나는 이번엔 한 검은 녀석이 도착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스커팅(skirting)', 완료."

 

이것들이... 죄다 '영어'야.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고, 이번에도 동네 꼬마가 가르쳐줬다.

 

"삼촌 주인 두 사람 중 저 사람이 두르고 있는 털 있지? 그런 모양처럼 날아다닌다는 뜻이야."

 

나는 우리 주인들을 바라보고 무슨 말인지 조금 눈치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까마귀 녀석에게 물었다.

 

"결과는?"

 

"심각."

 

"너희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싸움꾼들이잖아. 왜 쫓아내지 않았지?"

 

"불안감 전염(傳染)."

 

"뭐?"

 

"말 그대로. 우리 무리는 지금, 불안함."

 

"......"

 

어쩐지 요즘 시끄럽더라. 나는 녀석의 눈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깊고 까만 눈에는, 약간의 침울함이 깃들어 있었다. 내가 침묵하자,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마. '너희들' 덕분에. 우리가 폭주하지는 않음."

 

여기서 너희들이란 우리 주인 두 사람과 '동네 꼬마'와 나를 가리킨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계속 말했다.

 

"얼마 전... 비둘기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우리의 먹을 것들을 '강탈'하고 다녔으나 우리는 아주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음. 만약 이보다 불안감이 더했다면 살조(殺鳥) 행위가 일어났을지도 모름. 너도 알다시피, 우리야 필요하면 인간들도 공격함."

 

강탈은 무슨 강탈이여. 비둘기들이야 길거리에 널려 있는 거 먹은 거고. 그게 니들 거는 아니잖아.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을 참았다. 하지만 녀석의 다음 말은 참지 못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너의 등에 붙어 있는 그 쪼그만 녀석. 우리가 먹어도 돼?"

 

나는 움찔한 다음 소리쳤다. "이 자식이!" 내 등에 붙어 있던 쪼그만 녀석은 더욱 움찔하여, "옴마야!" 폴짝 뛰어내려 후다닥 달려나가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나는 녀석이 안전하게 숨었는지 확인한 다음 까마귀 녀석을 노려보며,

 

"농담하지 마! 너희는 살아있는 건 안 먹잖아."

 

"재밌군."

 

녀석은 입을 벌려 소리없이 웃었다. 마치 '으헤헤'하고 웃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은 다음,

 

"계속 고생해 줘."

 

하고 말했다.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푸드득 날갯짓을 하더니, 곧 날아갔다. 그 거대한 위용을 잠시 넋놓고 바라보다가, 나는 주인들에게로 다가갔다. 잠시 곁에 기대어 앉아 있을 생각이었다. 슬금슬금 다가가자니, 주인 중 '스커트'를 두른 사람이 나를 보고 손짓했다. 나는 목소리로 화답했다.

 

나의 계획은 약간 틀어졌다. 푸드득, 하는 날개 소리가 다시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보았다. 왜 금방 돌아왔지? 나는 녀석에게 눈으로 물었다. 녀석의 눈은 예의 침착함이 다소 물러가고 꽤 다급한 기색이었다. 뭐야. 나는 빠르게 녀석에게로 달려갔다. 녀석은 날개로 자신의 입과 나의 귀를 가렸다. 안다. '귓속말'이다.

 

녀석이 말했다.

 

"발견. 일부 '비둘기' 무리. 감염(感染)."

 

"......"

 

올 것이 온 것인가. 나는 우리의 비'듈'기 리포터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내 눈빛을 보고는 불안한 기색을 눈치챘는지 움찔했다. 나는 목이 조금 울렁이는 것은 느끼며, 다시 까마귀 녀석에게 귀를 기울였다.

 

"주의 요망."

 

"알겠어. 구체적으로?"

 

"잠시만."

 

곧 다른 까마귀 녀석 하나가 더 날아와 녀석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 나는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인내심있게 기다렸다.

 

"너의 작은 친구."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속이 울렁였다. 나는 조금 더 인내심을 발휘하며, 물었다.

 

"꼬마가 왜?"

 

"...감시 대상."

 

"......"

 

급기야, 나는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봐. 괜찮나." 두 까마귀가 내 곁에서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우욱, 우욱. 한동안 공허한 토악질을 더 한 다음에야, 정신이 들었다. 나는 온 몸에 진이 다 빠진 채로 옆으로 누워버렸다. 까마귀들이 서로 뭔가 대화를 나누더니, 한 녀석이 빠르게 날아갔다. 작열하는 태양빛을 흡수하는 그 검은 몸을 바라보며, 나는 이번엔 발라당 누운 채로 생각에 잠겼다.

 

'나에게 왔던 것[者]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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