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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

 

 

 

 '떠돌이 사냥꾼' 나루는 그 후 우리의 곁에 머물렀다. 나는 그게 싫지는 않았지만, 왜 우리의 곁에 있느냐고 녀석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녀석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 그 녀석을, 구해야지."

 

 바다 녀석을 말하는 것 같았다. '구한다'라... 나는 홍실이 녀석을 떠올렸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다든 홍실이든, 자신의 선택으로 우리 곁을 떠났고, 그 무리에 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나루는 대답했다.

 

 "행, 행복해, 보이던가?"

 

 "그랬던가..."

 

 나는 얼버무렸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적은 없었으니까... 나는 곰곰 생각에 잠기다가, 화제를 바꿔보았다.

 

 "그건 어떻게 하는 거지?"

 

 "...?"

 

 "저번에 네가 바다 녀석에게 덤비려 했을 때, 몸 주위에서 소용돌이가 일었어."

 

 "아, 아."

 

 "가르쳐 줘. 어떻게 하는 건지."

 

 나루 녀석은 갑자기 하늘을 보고 웃었다. 나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뭐하는 거지? 약간 떨어진 곳에서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늘' 녀석이 무거운 배를 이끌고 우리 곁으로 왔다. 하늘이 물었다.

 

 "뭐해?"

 

 "아, 이 녀석한테 가르쳐 달라고 했어. 몸 주위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방법을."

 

 "너, 너의 경우는, 소용돌이가, 아, 아닐 수도 있다."

 

 나루 녀석이 고개를 내리고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물었다.

 

 "왜지?"

 

 "개, 개체마다, 다르다. 누, 누구나,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흠..."

 

 "자, 나, 나를, 큰, 큰 짐승이라고 생각하고, 시험해 봐라."

 

 "뭐?"

 

 나는 놀랐다. 어떻게 저런 맑은 녀석을 '큰 짐승'이라고 생각할 수...

 

 잠시 후, 나는 더욱 놀랐다.

 

 녀석의 눈에서 붉은 광채가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심연... 그 속에...

 

 "이, 이런 것이다."

 

 순식간에, 녀석은 원래의 맑고 형형한 눈으로 돌아왔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대단하군."

 

 "모든, 개체는, 다 그렇다."

 

 "그럼 내 속에도 '큰 짐승'이 숨어 있나?"

 

 내가 묻자 녀석은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항상 싸우지 않으면, 안 돼."

 

 "......"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이다."

 

 나는 녀석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녀석은 나를 힐끔 본 후 말했다.

 

 "'목소리'를 들어봐라. '하늘'의 목소리를."

 

 "......"

 

 나는 '하늘' 녀석을 힐끔 본 후,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며,

 

 "목소리?"

 

 "네 발이, 맞닿아 있는 땅. 그리고 하늘."

 

 "......"

 

 "그 사이에, 네가 있다."

 

 "...흠."

 

 하늘과 땅의 사이에 내가 있다... 나는 하늘과 땅을 잇는, 한 마리 짐승...

 

 내가 지켜야 할... '하늘' 

 

 나는 화들짝 놀라며, '깨어났다.'

 

 나루 녀석은 나를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뭔가, 방금..."

 

 "느, 느꼈지?"

 

 "마치, 내 '그림자'가 일어난 것 같은..."

 

 나는 땅에 길게 늘어져 있는 내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착각이었나? 방금 내 그림자가 땅에서 일어난 것 같은...

 

 "착, 착각이 아니다."

 

 녀석이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 나는 '하늘'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눈을 꿈뻑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번엔 나루 녀석을 바라보았다. 나루가 말했다.

 

 "너, 너는, 소질이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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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철,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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