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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

 

 

 

 "용,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한 '떠돌이 사냥꾼' 나루는 미로 녀석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형형한 눈빛이었다. 미로는 그 눈빛을 담담히 받아내다가,

 

 "왜지?"

 

 하고 물었다. 나루의 몸 주변에서 다시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엔 말을 더듬지 않았다.

 

 "너희는 '사이비'야. 동물에게 처하는 위기를 먹잇감으로 삼는."

 

 "허."

 

 "'전염병'이 돌았을 때도 그랬지? 너희에겐 '책임감'이란 게 없어."

 

 "우리는 할 수 있었-"

 

 "너희 같은 족속들을 '장사치'라고 한다."

 

 빠르게 말을 끝낸 나루는 곧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녀석답지 않은 달변(達辯)이었나 보다. 하지만 나루는 이번엔 바다 녀석을 바라보며,

 

 "이봐. 헉, 큰, 큰 짐승."

 

 "나를 그렇게 부르지 마."

 

 바다 녀석이 대답했으나 나루는 깨끗하게 무시하고는,

 

 "저, 저 녀석들에게, 가지 마."

 

 "......"

 

 "내, 내 말 들, 들어라."

 

 바다는 미로를 바라보았다. 미로는 싱긋 웃을 뿐이었다. 바다는 다시 나루를 바라보며,

 

 "어차피 당신이 나를 죽일 것 아닌가?"

 

 나루는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죽, 죽이지, 않는다. 단지...

 

 "단지?"

 

 "고, 고통을, 선사할 뿐."

 

 "달갑지 않은데."

 

 바다는 그렇게 대답하고, 이번엔 어둠 속에서 홍실 녀석을 찾았다. 곧 바다는 외쳤다.

 

 "이봐! 홍실! 그 곳에서의 삶은 어때?"

 

 홍실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제야 달빛에 드러난 녀석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깜짝 놀랐다. 녀석의 눈... 그 심연(深淵)에 있는...

 

 녀석은 웃었다. 

 

 "좋은가 보군."

 

 바다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곧 언덕을 달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미로의 옆에 선 바다는 들으란 듯이 외쳤다.

 

 "매 순간, 나에게 희망이란 없었다."

 

 "......"

 

 "어차피 이래저래 죽을 거, 여기에 걸어보겠다."

 

 "......"

 

 "나는 이제 지쳤다!"

 

 "가지."

 

 미로는 그렇게 말하고, 곧 녀석들 무리는 몸을 돌려 나아가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외쳤다.

 

 "바다! 어딜 가든, 너를 잃지 마라!"

 

 내 목소리가 녀석에게 전달되었을까. 나는 어둠 속에서 뭔가 움찔했음을 느꼈다. 나는 몸을 휙 돌려,

 

 "우리도 가자."

 

 하늘 녀석이 슬픈 눈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루를 바라보았다. 나루는 여전히 어둠 속을 노려볼 뿐이었다. 내가 말을 걸었다.

 

 "이봐."

 

 "......"

 

 "어떻게 할 건가?"

 

 "...젠, 젠장."

 

 "너는 왜 이렇게 '큰 짐승'에 집착하는 거지?"

 

 그제야 나루는 나를 바라보았다. 맑고 형형한 눈이었다. 그 심연에, 뛰어노는 물고기 한 마리...

 

 나루는 대답했다.

 

 "나, 나는, 전, 전쟁기계(戰爭機械)다."

 

 "전쟁기계?"

 

 "그, 그래, 나, 나는, 모, 모든, 우상을 파괴하는, 전쟁기계."

 

 녀석은 심하게 말을 떨고 있었다. 나는 진정하라는 듯이 녀석의 어깨에 발을 올렸다. 녀석은 다시 어둠 속을 바라보며, 말을 맺었다.

 

 "저 녀석은, 나를 닮,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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