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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

 

 

 

 울고 있는 자에게

 바다가 묻는다

 내가 이렇게 광활한데

 너희가 왜 슬퍼하느냐

 

 

 사방이 고요하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깼지? 나는 바다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하늘 녀석의 배에 머리를 기대고 쌔근쌔근 자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감긴 눈을 한 번 어루만진 다음, 자리를 떴다.

 

 이상한 꿈을 꿨다...

 

 나는 방금 꾼 꿈 생각을 하며, 숲속을 거닐었다. 숲의 맑은 공기가 몽롱한 정신을 깨워준다. 몸을 스치는 풀잎들에게서 촉촉한 이슬이 흘러내렸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별빛이 교교히 비춰 내려오고, 바람이 불어 흔들리는 나뭇잎들은 부스스 떨며 노래한다.

 

 그리고 나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나는 재빨리 몸을 숨겼다. 이 밤에, 숲 속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난다. 사람인가? 나는 귀를 쫑긋했다. 아닌 것 같다.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네 발로 걷는 짐승이다. 나는 고요히 앉아 계속 소리에 집중했다.

 

 "어헛, 어헛, 어헛..."

 

 라고 녀석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런데 그 말소리가 특이했다.

 

 "어헛, 허허, 틀, 틀, 틀림없이-"

 

 "......"

 

 "여, 여기, 쯤인데-"

 

 상당히 말을 더듬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녀석의 위치를 찾아보았다. 저 멀리, 어렴풋이 녀석이 보였다. 체구는 나와 비슷했는데, 고양이인지 강아지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두워서 그런 까닭도 있지만 녀석의 걸음걸이는 흡사 개가 걷는 것처럼 총총거렸다. 어쩌면 약간 촐싹대는 듯한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누구냐, 나와라!"

 

 녀석이 갑자기 외쳤다. 뭐지? 내가 있다는 걸 알아챈 건가? 저래봬도 감이 좋군. 나는 순순히 나서서 녀석을 향해 외쳤다.

 

 "미안. 훔쳐 봐서."

 

 "어헛! 고, 고양이군."

 

 "......"

 

 "너는 유기묘(遺棄猫)가 아니군?"

 

 나는 퍼뜩 놀랐다. 고양이가 이 시각에 이런 산중에 있으면 유기묘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할 터. 하지만 사실 나는 유기묘가 아니다. 하늘 녀석과 나는 주인에게서 제 발로 도망쳤기 때문이다. 바다 녀석은 유기묘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입을 떡 벌리고 있자 녀석은 한 번 더 "어헛, 어헛." 하고 중얼거렸다. 지금 들으니 저건 웃는 소리 같기도 하다. 나는 물었다.

 

 "여기서 뭘 하는 거지?"

 

 "그,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어헛!"

 

 "먼저 대답해 줘."

 

 "그, 그러지. 나, 나는, 찾고 있다."

 

 "뭘?"

 

 "크, 큰 짐승."

 

 녀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기 때문에 충격은 조금 늦게 찾아왔다.

 

 "...큰 짐승이 여기 있다고?"

 

 "트, 틀림없어."

 

 "그걸 어떻게 알지?"

 

 "내 감(感)이 말한다."

 

 자신만만하군. 나는 눈을 꿈뻑이며 조금 더 가까워진 녀석을 바라보았다. 촐삭대긴 했지만 녀석은 고양이였다. 꼬리를 개처럼 이리저리 정신사납게 흔들고 있었지만 녀석의 얼굴에 붙은 지저분한 수염이 그것을 증명했다.

 

 "여기서 뭐해?"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하늘과 바다가 내 뒤에 쫓아와 있었다. 나는 그 둘을 바라보며 우리 앞에 있는 정체불명의 고양이에게 머릿짓을 했다. 둘은 그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 뒤 나는 깜짝 놀랐다. 그 녀석이 우리를 향해, 갑자기 외친 것이다.

 

 "여, 여기 있었군! 큰 짐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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