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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바다' 녀석은 살기등등한 눈으로 그 정체불명의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심연(深淵)... 그 깊은 곳에-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지금 그걸 바라봐서는 안 될 것 같아. 정체불명의 고양이가 말했다.

 

 "바, 반갑다. 나는, '나루'라, 라고 한다."

 

 "'나루'?"

 

 '하늘' 녀석이 놀라서 외쳤다. 저 녀석이, 그 소문의 사냥꾼, '나루'였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루 녀석이 다시 말했다.

 

 "너, 너희 일행 중, 저, 푸른, 눈을 가진 녀석에게, 볼, 볼 일이 있다. 괘, 괜찮겠나?"

 

 "왜지?"

 

 내가 물었다. 그러자 녀석은 이를 드러내며,

 

 "녀, 녀석은, '큰, 큰 짐승'이다."

 

 나는 다시 바다 녀석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이 '큰 짐승'이라고? 내가 다시 나루에게 물었다.

 

 "이봐. '큰 짐승'은 미확인 정신체라고 들었는데. 그리고 이 녀석은 딱히 누군가를 해한 적이 없어."

 

 "몰, 몰살시켜야 한다."

 

 녀석은 꼬리를 치켜세우고, 몸을 한껏 부풀어올렸다. 그러자 어떤 소용돌이가 녀석의 몸을 중심으로 회전했다. 날카로운 바람이 내 눈을 찔렀고,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바다 녀석을 뒤돌아보았다. 녀석은 여전히 그 푸른 눈으로 나루를 노려보고 있었다.

 

 "거기까지."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우리는 모두 동작을 멈추고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오른편, 언덕 위, 여러 고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 가장 선두에 있는 녀석은... 엄청난 미묘(美猫)였다.

 

 나는 잠깐 녀석을 넋놓고 바라보다가, 고개를 세차게 저어 생각을 털어내었다.

 

 "나는 '미로'라고 한다."

 

 녀석이 말했다. 아. 저 녀석이, 그 '미로'인가. 오늘밤은 줄줄이 유명한 녀석들을 만나는군. 녀석의 뒤로, '인형'을 물고 있는 녀석도 보였다. 그리고... 무리 중에 한 녀석이 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비명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홍실'!"

 

 분명히 '홍실'이었다. 내 목소리를 들은 녀석은, 잠깐 움찔하더니,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들어갔다. "홍실?" 바다 녀석이 물었다. 하늘 녀석도 의아한 듯이,

 

 "홍실! 살아 있었어? 거기서 뭐해!"

 

 하고 외쳤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미로' 녀석은 뒤를 흘깃 돌아보고 다시 우리를 내려보며,

 

 "나루. 네 녀석의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바다' 녀석을 죽이는 짓은 용납 못해."

 

 나루와 바다가 동시에 움찔했다. 하지만 나루는 이내 침착함을 되찾으며,

 

 "죽, 죽이지 않아. 너, 너는, 뭔, 뭔가 오해를-"

 

 미로는 빙긋 웃으며,

 

 "녀석은 저 모습 그대로, 우리 편이 되어야 한다."

 

 "내가?"

 

 바다 녀석은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러자 미로는 이번에도 미소를 띄우며,

 

 "그래. 우리는 네가 필요해. 너의 용기와 지능, 숫고양이다운 당당함과 박력."

 

 "......"

 

 "바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우리와 함께 하지 않겠나."

 

 "......"

 

 과거의 상처? 나는 바다 녀석을 바라보았다가, 재빨리 고개를 돌려 미로 녀석의 눈을 바라보았다. 심연(深淵)... 그 곳에-

 

 어?

 

 저 눈은... 저 눈...

 

 내가 잠시 당황하고 있는 사이, 바다 녀석이 갸르릉거리며 외쳤다.

 

 "그런 '사탕발린' 말은...!"

 

 그러나 미로 녀석은 한 번 더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말을 마무리했다.

 

 "네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보여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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