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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

 

 

 

 또 그로부터 해가 서른 번 정도 뜨고 진 어느 날이었다.

 

 떠돌이 사냥꾼- '나루'.

 

 녀석에 대한 소문은 우리 귀엣결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나루'는 녀석의 이름으로,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며 큰 짐승을 '사냥'하는 고양이였다. 그런데 녀석의 소문이 독특한 이유는 그 사냥 방법 때문인데, 기(氣)로써 큰 짐승을 누른 다음, 나는 이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큰 짐승을 '잡아 먹는' 것이었다.

 

 "아마 체내(體內)에 큰 짐승의 조각들이 조금씩 쌓여갈 거야."

 

 '하늘' 녀석은 쪼그려앉은 채 자신의 부른 배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그렇다. 녀석은 임신 중이었다. 저 조그만 몸이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바다' 녀석은 그런 하늘 녀석에게 다가가 배를 핥아주었다. 하늘은 부드러운 눈길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 장면을 바라보며 나는 '하늘'과 '바다'가 모두 내 곁에 있다, 고 생각했다. 나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하늘이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왜 떠돌이 생활을 하는 지 모르겠군. 하여튼 독특한 고양이야."

 

 나는 그만 픽 하고 웃으며 말했다.

 

 "떠돌이는 우리도 마찬가지 아냐? 정처없잖아."

 

 "우리랑은 급(級)이 달라."

 

 "...대단하긴 한가 보군."

 

 하늘 녀석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어깨에 힘을 빼고 축 늘어졌다. 배고프다는 뜻이다. 나는 중얼거렸다.

 

 "임신 중이면 잘 먹어야 하는데-"

 

 "......"

 

 "결행하자. '생선 도둑질'을."

 

 바다 녀석이 제안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그 수밖에는 없었다. 그것은 다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고 덫에 걸릴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잠시 후, 바다와 나는 '생선 가게'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마침 아무도 없었다. 나는 바다에게, "뒤쪽 망을 봐 줘." 하고 말한 다음, 목표물을 향해 낮은 자세로 접근했다. 좌우를 살피며 느릿느릿 접근하고 있자니, 뒤에서 녀석이 말했다. "아무도 없어." 나는 조금 속도를 높여서 접근했다. 그리고 목표물이 있는 곳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고등어의 검은 눈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그 눈을 바라보고 섰다. 바다가 "뭐 해? 빨리 해." 하고 재촉했다.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린 다음, 고등어를 입에 물었다. 차가운 감촉이 이빨 뿌리까지 느껴졌다. 나는 입을 단단히 악물고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바다 녀석에게 눈짓으로 '가자.'하고 말했다.

 

 돌이 날아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펄쩍 뛰어 돌멩이를 피했다. 하지만 그 바람에 고등어를 놓치고 말았다. 누가 던졌지? 바다는 "어디서!" 하고 괴성을 질렀다. 한 번 더 돌이 날아왔다. 이번엔 거의 돌덩이였다. 바다는 내 쪽으로 뛰어 돌덩이를 피했고, 돌덩이는 땅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났다.

 

 "도망쳐!"

 

 내가 외쳤다. 땅에 버리고 간 고등어가 아쉬웠지만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돌이 날아온 방향에서 왼쪽으로 내달렸다. 돌은 우리의 동선을 따라 계속 날아왔다. 우리는 황급히 달렸다.

 

 그리고 곧 멈춰야 했다.

 

 우리 앞쪽에서도 인간들이 나타났다. 한 인간은 긴 '막대기'를 들고 우리에게 휘두르며 돌진해오고 있었다. 나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반대쪽으로!" 하고 외쳤다. 우리는 반대쪽으로, 그러니까 '생선 가게'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 달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낭패감을 느꼈다.

 

 가게에서, 그 '생선 장사치'가 나왔다.

 

 사람들이 가게를 반원 형태로 포위하고 있는 형국에서, 생선 장사치는 그 포위의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곁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는 한 쪽밖에 없는 눈으로 땅에 떨어진 고등어를 한 번 바라보고, 우리를 한 번 바라보더니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씩 웃었다.

 

 사람들이 그에게 다가가 뭐라고 말을 했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생선 장사치는 매우 화가 난 듯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외쳤고, 사람들은 뻣뻣하게 서서 뭐라고 이야기하다가 곧 슬금슬금 물러났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가게를 향해 돌을 던진 건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정도로 나는 생각했다.

 

 사람들이 물러나고 나서 생선 장사치는 다시 우리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앞발을 모으고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고등어를 흘깃 바라보고 우리를 바라본 다음, 그저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우리는 고등어 한 마리를 전리품으로 획득하여 돌아왔다. 꽤 튼실한 것이었다. 하늘과 바다와 나는 그 고등어를 셋이서 나눠먹었다. 밤이 뉘엿뉘엿 깊어지고 있었다. 바다 녀석이 고등어를 오물거리며 중얼거렸다.

 

 "'생선 장사치'에게 뭐라도 가져다 주고 싶단 말야..."

 

 사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간 우리는 '도둑질'을 한 게 아니라, 그에게 도움을 받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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