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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 

 

 

 

 약 서른 번의 해가 뜨고 진 후, 어느 날이었다.

 

 바다 녀석과 나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길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일도 하루 이틀, 우리는 나날이 피골이 상접해가고 있었다. 우리는 한 번 더 생선 장사치에게서 도둑질을 감행해야 하나, 하는 의견을 주고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생선 장사치는 무슨 일인지, 우리처럼 피골이 상접해가고 있었다. 

 

 "'전염병' 때문이야."

 

 참새 녀석이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바다 녀석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참새 녀석에게 물었다.

 

 "'전염병'이 뭐야?"

 

 "'전염병'이란, '큰 짐승'과 비슷해. 사람이나 동물을 숙주로 삼는다는 점에서."

 

 바다 녀석이 움찔했다. 이번엔 내가 물었다.

 

 "그럼 지금 '생선 장사치'는 그 큰 짐승이 숙주로 삼고 있어서, 저렇게 말라가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고."

 

 참새 녀석이 딱 잘라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의아해서, "뭐야, 전염병 때문이라며." 하고 재차 물었다. 참새 녀석은 고개를 저으며,

 

 "인간들 세계는 설명하기 복잡해. '귀신 종이' 알지?"

 

 "'귀신 종이'? 알지."

 

 "우리처럼 먹을 걸 직접 구해다니지 않는 대신에, 인간들은 그게 필요해. 근데 '전염병'이 돌아다니면, 그 귀신 종이는 그냥 종이일 뿐이야."

 

 "...웃기는군. 전염병이라는 큰 짐승이 귀신을 퇴치한 꼴이잖아?"

 

 "쓸데없이 복잡한 게 인간들이잖아."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다 녀석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나는 얼마 전에 바다가 자신 안에 큰 짐승이 있다고 했던 농을 떠올렸다. 분명히 녀석은 그게 농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게 정말 그럴까? 나는 녀석을 잠시 응시했다. 

 

 "...전염병이 생기면 문제는 또 있어."

 

 참새 녀석은 말을 다시 이어갔다. "문제?" 내가 물었다. 참새 녀석은 대답했다.

 

 "'사이비'가 생겨. 전염병을 퇴치해주겠다고 떠드는."

 

 "'사이비'는 또 뭐야."

 

 바다 녀석이 묻자, 참새 녀석은 '아이고, 이런, 멍청한 녀석들을 봤나.' 같은 의미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녀석은 참을성있게 대답해주었다.

 

 "인간들 세계에서 가끔 봤지? 예를 들면 '고양이' 모양인데 움직이지 않는 것. '개' 모양인데 움직이지 않는 것."

 

 "아! 그거 뭔지 알아!" "'인형'이야."

 

 나와 바다 녀석이 동시에 외쳤다. 참새 녀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이비'는 그런 거야. '인형' 같은 거야."

 

 나는 문득 허탈한 감정을 느꼈다. 왠지 모를 허탈함이었다. '인형'이라니. 이 얼마나 허탈한 단어인가. 참새 녀석은 말을 계속했다.

 

 "저 아랫동네에 한 '사이비'가 출몰했다더군. 이름이 '미로'라고 했던가."

 

 미로? 들어 본 이름인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참새 녀석은 말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녀석을 추종하는 녀석들 중 하나는, 늘 '인형'을 물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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