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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눈만 꿈뻑거리며 묻자, 녀석은 내 눈을 마주보았다. 왜, 왜 이래, 이 녀석? 나는 당황했으나 눈길을 회피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 푸른 눈을 마음껏 바라보게 되었다.  

 

 심연(深淵)... 저 밑바닥에-

 

 "푸하하! 농담이야!"

 

 녀석이 갑자기 웃어제꼈고 나는 화들짝 놀라 약간 뛰어올랐다. 몸이 긴장하여 꼬리가 뻣뻣이 올라갔다. 그런 내 반응이 웃겼는지 녀석은 더 크게 웃으며,

 

 "장난 친 거야. 왜 그렇게 심각해?"

 

 하고 뻔뻔하게 말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심각 안 하게 생겼냐. '큰 짐승'이 얼마나 위험한-"

 

 "엇!"

 

 하고, 녀석은 갑자기 튀어나갔다. 나는 이번엔 눈이 동그래져서 녀석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어느새 내 뒤쪽 세 걸음까지 낮고 빠르게 움직여, 땅바닥에 발을 툭툭 치고 있었다. 녀석이 말했다.

 

 "'바퀴'야. 이거."

 

 나는 녀석이 앞발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바퀴벌레'가 있었다. 바퀴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난폭한 고양이의 앞발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녀석은 가지고 놀 듯이 툭툭 치다가,

 

 "이거, 가져갈까?"

 

 하고 싱긋 웃었다. "어디로?" 하고 내가 물었다. "생선 장사치 있잖아." 하고 녀석이 대답했다. '생선 장사치' 란, 우리가 종종 생선을 훔치는 곳에 상주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는 일명, '애꾸눈'이기도 하다. 나는 "왜?" 하고 물었다. 녀석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입을 앙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그 사이에 벌레는 녀석의 앞발을 타고 넘어 도망갔다.

 

 녀석이 대답했다.

 

 "나는..."

 

 하더니, 녀석은 자신의 양 앞발을 들어 발가락을 쥐었다 폈다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녀석은 한참을 그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좋은 고양이'가 되고 싶어."

 

 "......"

 

 "그게 내 바람이야. 비록 생선을 훔칠지언정..."

 

 "...넌 이미 좋은 고양이야."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심드렁하다는 듯 콧김을 뿜었다. 그리고 다시 햇빛 쪽으로 누웠다. 그러다가 낌새가 이상해서 다시 일어났다. 녀석은 아까의 그 고등어마냥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나는 "좀 더 누워."하고 제안... 녀석이 갑자기 폭발했다.

 

 "시끄러워! 그런 말은 필요없어!"

 

 "...왜, 왜 그래?"

 

 "'좋은 고양이'라고? 그런 '사탕발린' 말에 넘어갈 것 같아?"

 

 "......"

 

 "너도 한낱 '장사치'에 불과해!"

 

 녀석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해서 무서울 정도였다. 나는 "진정해. 알았어. 미안해." 하고 사과했다.

 

 "모든 게... 부질없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밤이 오고, 우리는 이번엔 별빛을 받으며 누워 있었다. 참새들의 지저귐은 사라지고, 대신 때이른 모기들이 달려들었다. 나는 꼬리를 움직여 모기들을 느긋하게 쫓아냈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니, 녀석이 입을 떼었다.

 

 "있지. 아깐 미안했어."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너는 좋은 '친구'야."

 

 "아."

 

 녀석은 엎드린 채로 나에게 조금 다가와서, 기대었다. 보들보들한 촉감이 배에 느껴졌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누워 있었다.

 

 별빛이 빤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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