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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고등어'여. 너의 자유로웠을 항해에 존경을 표한다. 바다를 닮은 너의 푸르른 등에 경의를 보낸다..."

 

 "유난 떨지 마."

 

 내가 고등어 앞에서 '기도'를 하자 녀석은 핀잔 주듯 말했다. 나는 눈을 뜨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한 마디 더 보탰다.

 

 "그냥 '먹을 것'일 뿐인데, 그렇게까지 해야 해?"

 

 나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움찔움찔 입을 떼며,

 

 "우리가 뭇 생명으로부터 '살 보시'를 받는다면, 마땅히 감사해야..."

 

 "시끄러워."

 

 하고, 녀석은 고등어에게 달려들었다. 녀석이 고등어에 입을 대었다가, "앗, 차가워." 하고 물러났다. 나는 푸하하, 하고 웃었다. 고등어가 아직 얼어 있는 상태여서 그렇다. 녀석은 "쩝..." 하고 입맛을 다신 다음, 이번엔 고등어를 앞발로 비볐다.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잠시 후, 우리는 한 마리의 고등어를 맛있게 나눠 먹었다.

 

 봄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었다. 배도 부르겠다, 우리는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드러누웠다. 산의 맑은 공기와, 참새들의 지저귐, 화들짝 핀 꽃의 향기가 우리 주변에 가득했다. 행복했던 오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있지... 간지(干支). 물어볼 게 있는데."

 

 녀석이 나른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나는 배를 드러낸 채로 대답했다.

 

 "물어 봐. 그런데 너 이름이 뭐였지?"

 

 "'바다'야. 내 이름은."

 

 "바다."

 

 "그래."

 

 "물어 봐."

 

 "너 따라다니던 그 녀석은 어떻게 됐어?"

 

 "...'홍실'이 말하는 거야?"

 

 "그래. 너 좋다고 따라다녔잖아."

 

 "몰라. 갑자기 사라졌어."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몸을 뒤집어 이번엔 등을 햇살 아래에 내놓았다. 녀석이 말하는 '홍실'은, 얼마 전까지 나를 따라다니던 암고양이였다. 털도 예쁘장하고 이목구비도 뚜렷해, '미묘(美猫)'라고 불리었다... 라고 녀석은 주장했었는데, 뭐,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사라졌다.

 

 "그거 말이야... 요즘에 회자되는 '큰 짐승'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닐까?"

 

 바다 녀석이 다시 물었다. '큰 짐승'이라면, 요즘 거리를 횡행하는 미확인 정신체를 말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 정신을 갉아먹고 홀려서 '숙주'로 삼는다... 는 이야기만 들었다. 나는 괜히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두 눈을 번쩍 뜨며 반문했다.

 

 "대체 그 녀석들은 어디서 나타난 거야?"

 

 "...있지... 간지."

 

 "응?"

 

 녀석이 갑자기 무겁게 말했고, 나는 녀석을 흘깃 돌아보았다. 녀석이, 갸르릉거리는,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녀석들은,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야."

 

 "무슨 말이야?"

 

 "우리 사이에서 자라고 있었어. 적어도 백여 해 전부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내가 그렇게 묻자, 녀석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나는 약간 놀라서 녀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녀석은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녀석의 눈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눈을 비추며 나에게 말했다.

 

 "있어, 내 안에. '큰 짐승'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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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꿈꾸는 유랑극단 - 생선 가게의 애꾸눈

 2020년 4월 2일, 첫 발을 떼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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